통합 분수령인가, 분당 갈림길인가···재신임 안철수의 ‘대표 4개월’

2017.12.31 14:32 입력 2017.12.31 14:33 수정

31일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부터 30일까지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전화투표를 실시해 바른정당과 통합 및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4.6%가 통합에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는 25.4%였습니다. 전체 선거인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23%였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좌고우면 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투표율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통합 반대파는 이를 두고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8월27일 선출돼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의 통합을 두고 분투했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언제부터 ‘통합’ 카드를 던졌는지, 이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인지 4개월간의 행보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8월- ‘뭉쳐야 산다’ 들고 돌아온 ‘강철수’

국민의당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권호욱 기자

국민의당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권호욱 기자

안철수 대표는 지난 8월말 과반을 넘겨 새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부터 ‘문재인 대항마’ 구도를 잡았습니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5·9 대선 패배를 딛고 110일만에 당 일선으로 돌아왔는데요. 안철수 대표는 “정부의 독선과 오만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우리의 길은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8월27일- 안철수, 가까스로 과반…국민의당 새 대표 선출

▶8월28일-‘문재인 대항마’ 구도 만들기…안, 첫날부터 ‘강철수’ 모드

이때 ‘문재인 대통령에 따로 맞서기는 어렵다’는 위기감이 야당에 번져,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의 야 3당 간 연대·통합 논의가 등장했습니다. 한국당-바른정당, 바른정당-국민의당 등의 조합으로 토론회가 열려 연대 방안이 논의되고, 각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수도권 지역 3당 공천 연합이 필요하다” 등의 방안이 언급됐습니다. 이같은 연대·통합 방안은 당시로선 실현 가능성은 낮았지만, 고공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항하는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8월30일- 뭉쳐야 산다…야 3당, 불붙은 통합·연대론

■9월- 여권 견제하며 ‘캐스팅 보터’ 역할 자처…어디로 가나

문재인 대통령이 9월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월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월엔 김이수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립했습니다. 결국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국민의당이 반대표를 던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여권을 중심으로 ‘안철수 책임론’이 부각됐습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여권을 향해 “제왕적 권력의 민낯이자 없어져야 할 적폐”라고 반발했습니다.

이 시기 안철수 대표는 연일 ‘강한 야당’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작정하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함으로써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9월13일- 여권 향해 더 독해지는 안철수 입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높아졌지만, 안철수 대표가 길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대두됐습니다. 차기 대선 등 정치적 목표하에 강한 야당 만들기에만 집중하다보니 현 정부와 무조건적으로 맞서려 하고 있고, 촛불민심에 의해 ‘진짜 적폐’로 지목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9월18일- [사설]국민의당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표결, 똑똑히 지켜보겠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서 국민의당은 ‘가결’로 돌아섭니다.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또 한차례 보여준 셈입니다. 이때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과 연대하는 모습이 반복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합니다.

▶9월21일-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국민의당, 이번엔 ‘가결’ 선택…‘캐스팅보터’ 존재감 재확인

■10월- 민주당으로 갈까, 바른정당으로 갈까

10월22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회를 방문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학생들과 모의국회 간담회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0월22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회를 방문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학생들과 모의국회 간담회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0월 여의도 정가에선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민주당·국민의당 통합 논의가 번졌습니다. 국민의당에선 민주당과의 연정·통합 문제가 안철수 대표와 당 중진 의원들의 만찬에도 언급됐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 통합해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뒤집으려는 동기가 있었고, 국민의당에선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과 통합 내지 연정을 이뤄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정 지분을 가져간다는 계산이 깔렸습니다.

▶10월12일- 민주·국민의당도 ‘통합론’ 솔솔…바른정당은 ‘집단탈당’ 들썩

이 시기 바른정당에선 ‘통합파’ 일부 의원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옮겨갔습니다. 이 때문에 교섭단체(20석) 붕괴가 굳어지자 남은 ‘자강파’ 의원들은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는데요.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을 경우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방안까지 언급됐습니다.

▶10월15일- 바른정당 자강파·국민의당 ‘공동 교섭단체’ 거론

결국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통합 논의가 본 궤도에 오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은 ‘중도 통합론’ 내지 ‘제3지대 연합론’ 운을 띄웠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의 호남 지역구, 진보 성향 의원들이 반발하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됐습니다.

▶10월19일-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통합론 ‘시동’

■10월말- ‘통합’ 외치는데 내분은 깊어지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10월말에 접어들어 국민의당에선 바른정당과 통합·연대론을 둘러싸고 내홍이 깊어졌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통합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당내 대표급 중진 의원들이 이에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과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10월23일- 안철수 ‘통합’ 외칠수록 깊어지는 ‘내홍’

“깨지긴 쉬워도 합치긴 어렵네.” 결국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도 시들해졌습니다.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공식 철회했습니다. 안철수 대표 측근들도 일제히 ‘정책연대’ 수준으로 물러섰습니다.

▶10월25일- 통합 ‘쉽지 않네’…국민·바른정당 ‘없던 일로’

이는 안철수 대표의 ‘정체성 논란’을 초래했는데요.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사례가 두드러지면서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특히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신고리 5·6호기 추후 재검토를 제시한 대선 공약 등을 뒤엎은 점이 주요 비판 대상이 됐습니다.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방향성은 한결같이 ‘친보수·반문재인’이었습니다. 갈 곳 잃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0월26일- 안철수, 거침없는 ‘우클릭’

■11월- 쪼개진 국민의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1월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박지원 의원 옆을 지나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1월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박지원 의원 옆을 지나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본격화됐습니다. 안철수 대표 측 최고위원들은 “당을 부수는 일을 자제하라”고 비안철수계를 겨냥하고, 박지원 전 대표와 이상돈 의원 등 비안철수계는 안 대표를 향해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까지 했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추진했던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11월8일- ‘한 지붕 두 가족’ 국민의당 전면전 치닫나

이에 안철수 대표가 다시금 “(바른정당과)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고 밝혔습니다. 통합 카드를 강조한 것인데요. 통합 명분으로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중심의 빅텐트론’을 내세웠습니다. 당초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장애물로 지목됐던 햇볕정책과 지역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11월16일- 안철수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창당 방향과 같다”

또한 의원총회에서 ‘끝장토론’을 열었음에도 당내 갈등이 가라앉지 않자, 안철수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정면 돌파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11월22일- 안철수 “통합, 의총선 결정 못해” 전당대회서 정면돌파 시사

■12월- 최종 승부수 띄운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2월에 들어 안철수 대표는 통합론을 굳혀갔습니다. “외연 확장을 통한 제3정당 구축”을 내세웠고, 이에 대해 유승민 대표는 “(통합론을) 질질 끌지 않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 연대나 통합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 의원 빼가기를 할 것이다. 의석수만 줄어드는 참담한 결과가 예상된다”며 “최선의 대안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내지 통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2월14일- 안철수 “외연 확장” 유승민 “질질 끌지 않겠다”

문제는 국민의당 당내에서 통합을 결정하는 절차였는데요. 친안파는 ‘전 당원 투표’로 통합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반안파는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면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12월19일- 친안·반안 제 갈길…국민의당 ‘이혼 절차’ 돌입

끝내 안철수 대표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할 것이며, 투표 결과 통합 찬성으로 결론나면 신속히 합당 절차를 밟고, 부결되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12월20일- 안철수 ‘통합’ 승부수 “전 당원 찬반투표 실시”

■12월말- ‘국민바른당’ 탄생할까… 안철수 대표 “백의종군”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27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뒤, 31일 통합 여부를 확정짓기로 했습니다. 당의 운명을 건 당원 두표를 두고 친안계는 투표 결과에, 반안계는 투표율에 각각 주목했습니다. 반안계 측에선 통합은 전 당원의 의사를 묻는 중대사인 만큼 투표 참여 인원이 당원 27만명의 3분의 1인 9만명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2월21일- 몰아치는 안철수…속도 내는 ‘국민바른당’

▶12월24일- 친안 “찬성률 높여라” 반안 “투표율 낮춰라” 사활 건 레이스

한편 투표 진행에 반대하는 20명의 반안계 의원들이 전 당원 투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습니다. ‘나쁜 투표 거부 총궐기 대회’도 진행했는데요.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12월25일- 일촉즉발 국민의당… 반안계 의원 20명, 전 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12월27일- 법원, 국민의당 전 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28일 안철수 대표는 “(통합 후엔) 백의종군하겠다. 우리 당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 무엇이든지 내놓겠다”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당 대표 경선을 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전당 투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당 통합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12월28일- 안철수 “통합 후엔 백의종군…유승민과 대표 경선 안 한다“

■투표에는 이겼지만...분당 가시화

3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측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안 대표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안 대표는 압도적인 재신임을 받았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측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안 대표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안 대표는 압도적인 재신임을 받았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 당원 여러분께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과 당 대표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에서 74.6%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다”며 “약 6만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저를 대표로 선택해준 2만9000여명 당원보다 월등히 많은 4만5000여 분이 통합에 추진하는 저를 재신임해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합 반대파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최소 투표율 ‘3분의 1’ 기준에 못 미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며 즉각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이번 전 당원 투표율 23.0% 가운데 찬성 응답자 비율(74.6%)를 반영하면 전체 당원 가운데 약 17.2%만이 안 대표를 재신임했다는 겁니다. 오늘 투표 결과 발표장에는 신원 미상의 남성이 당사에 난입해 개표 결과를 발표하던 선관위원장 이동섭 의원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투표는 끝났지만 분당이 가시화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안철수 재신임 17%뿐...즉각 퇴진하라"

▶안철수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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