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112신고 4시간 공백’ 추궁…국정조사·특검까지 ‘압박’

2022.11.02 21:42 입력 2022.11.02 22:46 수정

“이상민·윤희근 파면 후 사법처리”…윤 대통령 사과 촉구도

민주당·정의당, 경찰 부실 대응 비판 커지자 공세 수위 높여

‘정권 퇴진 끌고 갈 참사’ 경찰청 문건 놓곤 사찰 의혹도 제기

“책임 져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책임 져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파면을 촉구했다. 참사 당일 112신고 녹취록 공개로 경찰의 초동 대처 미흡 논란이 벌어지자 본격적인 인적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참사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 추진, 이 장관·윤 청장 수사,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참사 전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처를 꼼꼼히 살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행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길 바란다. 이들은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긴급 대표단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철두철미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전날 경찰청의 참사 당일 112신고 녹취록 공개로 국민 분노가 커지자 인적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가 쏟아져도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경찰과 행정안전부의 책임이 명확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장관이 잇달아 구설에 오른 것도 인적 책임론에 힘을 싣는 요소다. 이 대표는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가 외신기자간담회장에서 농담을 했다. 농담할 자리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던 이 장관의 발언을 뒤늦은 사과로 덮을 수 없다”고 말했다.

“책임은 질 건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책임은 질 건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민주당은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과 정부의 ‘4시간의 행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신고 녹취록 11건은 전체의 극히 일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참사 당시 112신고 건수는 79건이었는데, 경찰은 왜 나머지 68건의 신고는 공개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경찰이 신고에 즉각 대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치사”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참사’를 ‘사고’로 지칭하고, 공무원들에게 추모 글씨가 적힌 리본을 달지 못하게 한 정부 지침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인사혁신처는 그 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리본에서 근조를 떼라’는 지시를 하나”라며 “국민 분노를 줄이고 자신들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꼼수”라고 했다. 경찰청이 참사 직후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 문건을 작성한 것도 비판했다. 경찰청이 참사 발생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작성한 대외비 문건에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론까지 끌고 갈 대형 이슈’라고 적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최고위원은 “경찰청이 시민들의 살려달라는 SOS를 모르는 체한 것도 모자라 뒤로는 사찰에까지 나섰다”고 지적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일수록 시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는 귀가 닳도록 ‘주최 측이 없어서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변명을 반복했지만 이마저도 거짓”이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 극도의 혼잡이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위해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민주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규명과 관련해 국회에 주어진 책무를 다하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참사에 대한 국민 분노가 커진다면 여당도 국정조사에 합의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다선 의원은 “세월호 참사 때도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와 특검을 했다”며 “유가족이 요구하면 여당도 국정조사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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