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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일 있는 매뉴얼도 안 지킨 서울시

2022.12.11 13:43 입력 2022.12.11 17:46 수정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주요 재난 발생 5분 이내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재난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단이 주관한 상황판단회의도 매뉴얼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장지인 네덜란드에서 참사를 뒤늦게 보고받고도 경찰·응급의료기관 등 관계기관에 유선으로 구조 협조를 당부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1일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과 참사 당일 서울시 권한대행의 행적 자료 등을 입수했다.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은 참사 당일인 10월29일 오후 10시26분 “이태원역 근처 핼러윈 행사 때문에 10여명 정도가 깔려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보고를 처음 받았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소방청의 첫 보고를 받았던 10시53분보다 약 30분 빠르다.

매뉴얼에 따르면 주요 재난일 경우 사고 신고 접수 5분 안에 시장단에게 유선 등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당시 네덜란드 출장 중이던 오 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이던 김의승 행정1부시장 등 시장단은 5분 안에 유선으로 사고를 보고받지 못했다. 김 부시장은 첫 보고 후 30분 뒤인 오후 10시56분 서울종합방재센터가 보낸 대응 1단계 상황전파 문자메시지를 보고 사고를 최초로 인지했다.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로부터 유선상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의 일부. 주요 재난일 경우 5분 안에 시장단에게 유선 등으로 보도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의 일부. 주요 재난일 경우 5분 안에 시장단에게 유선 등으로 보도하도록 돼 있다.

오 시장은 오후 11시20분 네덜란드 현지에서 정책 특별보좌관으로부터 최초 보고받았다. 서울시 첫 보고 시점보다 54분 늦었을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11시1분보다 19분 늦다. 안전을 총괄하는 한제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오후 11시4분 김 부시장과 유선 통화를 통해 상황을 최초로 파악했다.

사상자가 20명 이상 발생하는 재난 대응 2단계가 발령된 뒤에는 시장단이 상황을 통합 지휘한다는 매뉴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응 2단계가 발령된 지 20~30분 안에 열려야 하는 상황판단회의도 제때 열리지 않았다. 재난 대응 2단계는 29일 오후 11시13분 발령됐지만, 한 부시장은 0시20분쯤 현장에 도착해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했다. 김 부시장은 30일 오전 0시30분 이후에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관했다. 대책회의가 매뉴얼보다 1시간 이상 늦어졌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대응 단계가 발령난 지 20~30분 이내 시장과 부시장이 참석하는 상황판단회의가 열려야 한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대응 단계가 발령난 지 20~30분 이내 시장과 부시장이 참석하는 상황판단회의가 열려야 한다.

사고 발생 골든타임 동안 오 시장은 네덜란드 현지에서 경찰이나 의료기관 등 관계기관에 협조를 당부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29일 오후 11시23분 김 부시장에게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유선으로 지시하고, 현장지휘통제소 설치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 사고 발생지역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사고 발생 10분 안에 수습본부를 꾸려야 하고, 관계기관이 인명 대피·지역 통제·응급 의료·긴급 구호 등에 합동 대응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재난관리기관은 사고 발생 10분 안에 수습 본부를 꾸리고, 10분 안에 관계기관과 재난에 합동 대응해야 한다. 재난관리기관이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규정한 사고 발생 지역의 관할 자치단체와 지방 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경우 용산구과 서울시가 포함된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재난관리기관은 사고 발생 10분 안에 수습 본부를 꾸리고, 10분 안에 관계기관과 재난에 합동 대응해야 한다. 재난관리기관이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규정한 사고 발생 지역의 관할 자치단체와 지방 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경우 용산구과 서울시가 포함된다.

사고 발생 10분 안에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20분 안에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최초 보고 1시간30분 뒤인 오후 11시56분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처음 보냈다.

서울시는 오 시장 출국 전인 10월21일까지 핼러윈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한 사전대책회의도 열지 않았다고 윤 의원실에 알렸다. 참사 이틀 전인 10월27일 서울경찰청이 이태원 등 인파가 몰릴 데 대비해 보행자 안전 확보를 명시한 ‘2022 핼러윈데이 교통관리 계획’ 공문을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보고했지만,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주최자 없는 행사라서 사전 매뉴얼이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참사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서울시에는 재난 유형 60개 정도에 대한 매뉴얼이 있지만, 이번 사고 유형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며 “주최자 없는 행사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이 없도록 임시라도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김 부시장의 ‘문자 보고’ 논란에 대해 “재난 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통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 조치, 후 보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문자 보고도 보고 방법 중 하나”라며 “행정1부시장은 문자 수신 이후 관계관의 현장 출동,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검토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뉴얼 위반 논란에 대해 “참사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상황 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은 “서울시는 참사 당일 소방으로부터 가장 빨리 심각한 상황을 보고받고도 수습에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 동안 사실상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사전 대책 마련의 부실함을 넘어 이미 존재하는 구조 매뉴얼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책임을 오 시장이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2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된 뒤부터는 시장단이 재난을 통합 지휘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 재난대응분야 구조·구급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2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된 뒤부터는 시장단이 재난을 통합 지휘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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