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총선 패배 위기에 떠밀린 사의···여당 일각 “뒤집기엔 늦었다”

2024.03.29 16:39 입력 2024.03.29 21:13 수정

‘채 상병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채 상병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9일 사의를 표명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수용한 데는 4·10 총선에 패색이 짙다는 여권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해 이 대사 사의를 이끌어냈고, 민심에 순응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에선 이 대사가 늦게라도 사퇴해서 다행이지만 여론을 뒤집기엔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이 대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대통령 측에서 그 의견을 수용했다고 한 위원장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서 이 대사 사퇴에 대해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여러분이 불편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시면 (조치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그간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등 격전지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 대사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학용 후보(경기 안성)가 지난 20일 CBS라디오에서 “안타깝지만 나라를 위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그 즈음 윤상현 후보(인천 동·미추홀을)는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윤희숙 후보(서울 중·성동갑)가 “후보로서 간절하게 부탁한다”고 이 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 위원장이 이러한 당내 요구를 대통령실에 전달해 이 대사 사퇴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지역구 170곳의 판세 조사를 한 결과 경합 또는 우세였던 지역구 여러 곳이 열세로 돌아서는 등 총선 판세가 급격히 불리하게 변하자, 여론 악화의 시발점이었던 이 대사 임명 건을 사퇴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주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정부가 출국금지를 풀어주면서 ‘도피’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민심에 순응한 결정임을 부각했다. 박정하 중앙선거대책위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민심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민심에 순응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공수처의) 언론플레이와 정치공작에도 국민의힘은 민심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노원을 후보인 김준호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사 임명 건 때문에 수도권 판세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여당이 국민을 무섭게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라며 “국민들이 소통 가능한 정당으로 보고 기회를 한 번 더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사 사퇴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리를 자르기 전에 치료를 했어야 하는데, 절단한 후에 염증 치료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질 때 결단을 내렸어야 하는데, 10일 가까이 지나면서 이미 여론은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민심 생각 안 하고 ‘무대뽀’로 밀어부쳤다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숙이는 행태가 반복돼 큰일”이라며 “판세를 뒤집기엔 늦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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