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동맹’? 정신나간 여당” “사과하라”…대정부질문 결국 정회

2024.07.02 18:48 입력 2024.07.02 22:15 수정

2일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줄곧 날 선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검사 탄핵소추안,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부터 대북·외교 정책까지 국정 전반을 총망라한 설전이 벌어졌다. 수차례의 고성과 막말이 오간 본회의는 정회 후 속개가 불발되면서 자동 산회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여야 11명의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5번째로 나선 김병주 민주당 의원 질의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하면서 회의가 2시간20분만에 파행했다.

김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던 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국민의힘이 지난 달 2일 논평에서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이라며 한·일관계를 ‘동맹’으로 표현한 점을 문제삼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하라”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발언석으로 내려와 항의했다. 김 의원이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굽히지 않으면서 언쟁이 계속됐다.

소란이 계속되자 우원식 국회의장 대신 사회를 맡고 있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양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저는 평생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다”며 “사과할 분은 국민의힘”이라고 맞받았다. 주 부의장이 “(정신나갔다는 표현은) 과한 말씀인 것 같은데 사과하고 진행하라”고 재차 권유했지만, 민주당 의석에서는 “사과하지 말라”며 김 의원을 두둔했다. 이에 주 부의장은 대정부질문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오후 5시54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뒤에도 여야는 서로 사과를 요구하며 장외 언쟁을 이어갔다. 추 원내대표는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함부로 막말을 해대는 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고 김병주 의원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면서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정상적인 본회의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동맹을 말해놓고) 정신나간 국민의힘이라고 했다고 화를 내나. 적반하장으로 저에게 사과하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양측이 ‘사과’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회의는 파행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속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자정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산회된다”며 “김 의원 발언 관련 여야가 사과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에 앞서 본회의 처리 방식을 두고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했다. 이들은 대정부질문이 예정된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 유린 국회의장 민주당에 돌아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장 입장을 미루고 의원총회를 열면서 회의는 예정 시간이던 오후 2시를 훌쩍 넘겨 오후 3시34분에 개회했다.

본회의장에 먼저 입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을 향해 신속한 개의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입장을 기다리자는 취지의 우 의장 발언에 민주당 한 의원이 “의장님 노고가 많으십니다”라고 말해 장내에서 웃음과 박수가 나오면서 제지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외국 정상 연설의 경우를 제외하고 본회의장 내에서는 박수를 보내는 행위는 자제돼 왔다.

첫 질의자로 나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이재명이 재판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이원석 검찰총장을 오만하다고 비판하면서 박 장관을 향해 이 총장을 징계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박 장관은 이에 검사 탄핵 추진은 “검사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에 대해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것을 내거는 건 탄핵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맞받았다.

박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여당 의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야당 의석에선 “검찰 애완견들이냐” “그렇게 살지 말라’ 등의 고성과 삿대질이 나왔다. 박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자 “들어오셨네요. 들어온 지 몰랐습니다”라며 받아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의 강경 드라이브가 국정 운영을 방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국무총리는 ‘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를 야기해놓고 김홍일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정말 비극적인 사태”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국정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온다면 정말 우리의 민주주의를, 우리의 원활한 국정을 심대하게 저해하는 요인”이라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발의한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안의 본회의 보고에 앞서 사퇴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