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영토 분쟁 “국내 결속용”

2012.08.16 21:41

“대선·전인대·총선 앞두고 민족주의 자극”

2008년 7월,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 보좌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정무라인, 홍보라인은 방문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외교라인은 현 정부 내내 일본과 협력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외교라인 주장이 받아들여져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대신 독도에 갔다.

4년 뒤인 2012년 8월, 상황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성의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한·일 간에 존재하지 않는다’던 영토 문제를 이슈화한 것이다. 김성환 외교장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관여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일본은 노다 내각 각료 두 명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독도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통화스와프 재검토 등 대한국 압박 카드를 꺼내들 기세다.

노다 내각은 출범 이후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해왔다. 지난해 7월 대한항공 여객기의 독도 상공 비행 때 일본 공무원들의 대한항공 이용 자제, 8월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입국 시도, 올해 1월 외상의 국회 외교연설 때 독도 영유권 주장, 4월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도쿄 개최 등이다.

두 정권의 공통점은 임기 말 약한 리더십과 낮은 지지율이다. 최근 양국 갈등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국제관계에서 갈등을 빚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강아지를 흔드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측근 비리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비밀추진 등으로 10%대 지지율을 헤맸다. 노다 총리도 내각 불신임에 직면해 있었다.

올 초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은 ‘2012년 국제정세전망’에서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이런 ‘왝더독’ 현상으로 세계적인 불안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주요국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주요 국제 문제를 둘러싼 국내 여론 분열과 정치 쟁점화가 증가할 것”이라며 “국제정치 불확실성은 권력 이양기의 특성인 국내 결속용 민족주의적 대외정책 때문에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중국과 일본이 양보하지 않고 벌이는 다툼도 맥락이 같다. 중국은 최근 자국 어민들의 서해상 불법조업을 한국 해경이 단속하는 것에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항의했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중국이 센가쿠열도와 자국 어민 문제에 보이는 반응은 이례적으로 강한 편”이라며 “중국 지도부 역시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일반 국민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 하반기 총선이 예상되는 일본, 9~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거쳐 시진핑의 5세대 지도부로 넘어갈 중국은 한동안 서로 복잡한 화살표를 주고받으며 갈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권력을 교체한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 기반을 닦으며 외교와 내치에 힘쓰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의 올 초 예상과 달리 갈등의 진원지가 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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