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에 ‘반한 감정’ 고개… 주일대사관 부근서 연일 시위

2012.08.16 21:38 입력 2012.08.16 21:47 수정

일반 시민도 불쾌감 토로

“유학생에 적의 없겠지만 우익단체 기세 올려준 꼴”

“일본인들에게 천황(일왕)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본의 상징입니다. 이 대통령의 천황 사과 요구 발언을 접하고 모욕감까지 느낀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60대 회사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 대일 공세에 따른 ‘역풍’이 일본 사회로부터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일왕에 대한 거친 언급이 일본인들의 감정선을 한껏 자극하면서 일본 정부도 ‘보복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일본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도쿄 한국대사관 부근에서 일장기를 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과 발언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일본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도쿄 한국대사관 부근에서 일장기를 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과 발언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재검토를 시사한 것은 일본 정부 내 강경기류가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일관계 소식통은 1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엔 한국의 행동에 대해 ‘구두항의’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엔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의견들이 많다”며 “통화스와프 재검토가 언론에 흘러나온 것 자체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물론 ‘경제보복’을 실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루머에 민감한 국제금융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금융위기 때 상호 지원할 수 있는 통화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한 지난해 10월 통화스와프 합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700억달러는 너무 많다”는 정부 내 이견을 무릅쓰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한·일관계에 공을 들였는데도 이번 사태가 초래된 데에 노다 총리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류 종사자 사이에서는 한류스타 송일국씨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일본 내 방영이 보류된 것을 한류 위축의 전조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 일간지 문화담당 간부는 “방송국들이 우익들의 압력을 우려해 한류드라마 방영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류드라마를 집중 편성한 후지TV가 ‘반한류 시위’ 등을 겪으면서 한류드라마 방영 비율을 크게 줄인 점을 거론하면서 “우익들의 타깃이 되지 않더라도 시류에 민감한 방송국들의 ‘자숙’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류 관계자는 “지난해 한류가 대거 일본에 진출하면서 한류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차에 한·일 갈등이 불거졌다”면서 “한류가 상당 부분 일본에 파고들긴 했지만 아직 ‘마이너(비주류)’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특히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정치인이나 우익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불쾌감을 표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쿄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신고 가즈오(眞後和男·60)는 “어제 저녁 회식 때 참석자들이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너나없이 실망과 분노를 표출했다”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선을 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유학생이나 회사원들에게까지 적의를 품는 일본인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익단체들의 기세가 오른 것만은 확실하다”며 후유증을 걱정했다.

일본 도쿄 시내 주일 한국대사관 부근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반한시위가 벌어졌다. ‘힘내라 일본! 전국행동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시위에서 350여명이 일장기를 들고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파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목격자는 “최근 들어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반한시위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