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한 “경제 협의” 일 “남중국해 논의”…하나의 회담, 따로 브리핑

2015.11.02 22:36 입력 2015.11.02 23:07 수정

단독회담 60분…박 대통령 “성신지교” 아베 “새 미래를”

청, 밤늦게 ‘남중국해·산케이’ 관련 반박…진실공방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단독·확대 회담을 합쳐 약 100분간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양 정상이 ‘30분 구색 맞추기용 회담’을 가질 것이란 관측과 달리 만남이 길어진 것이다.

당초 양국은 단독정상회담 30분, 확대정상회담 1시간으로 예정했지만, 실제론 단독회담 60분, 확대회담 40분 정도 진행됐다. 양 정상이 위안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대화를 나눈 징후로 여겨졌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공동 오찬은 물론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다. 양측은 하나의 회담을 놓고 따로 브리핑을 했고, 각자 이해관계에 맞는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언론에 밝혔다. 특히 일본 측 브리핑을 놓고 청와대가 뒤늦게 부인하는 등 진실공방도 빚어졌다.

<b>“이쪽으로 가시지요”</b>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에 도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맞이하며 안내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이쪽으로 가시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에 도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맞이하며 안내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두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오전 10시5분부터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단독회담은 모두발언도 공개되지 않은 채 60분 정도 진행됐다. 한국 측에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일본 측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副)장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등이 배석했다.

두 정상은 오전 11시5분 단독회담을 마친 후 곧장 장소를 집현실로 옮겨 11시7분부터 45분까지 확대정상회담을 이어갔다. 확대회담 배석자는 양측 9명씩으로 늘어났으며, 단독회담과 달리 모두발언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도 한·일관계는 진실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성신지교(誠信之交)를 말하는 선각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외교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인 일·한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단독회담에서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양측은 따로 브리핑을 했다. 위안부 문제를 놓고 “조기 해결 협상 가속화”라는 공통 의견을 밝혔지만 이후 다른 말을 했다.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위안부 문제만 언급했으며, 안종범 경제수석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협력 협의사항만 브리핑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일본 기자들에게 위안부 문제, 남중국해 문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한국 징용피해자의 일본 기업 소송, 일본 수산물 수입 등 현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브리핑엔 없는 것들이다. 특히 하기우다 부장관은 일본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남중국해문제 공동대응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전한 뒤 “박 대통령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일본 측 발언이 전해지자, 이날 밤 늦게 박 대통령이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촉구해 오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 다른 현안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상회담→따로 브리핑→진실공방’까지 이어진 이날 장면을 두고, 양국관계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