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

2015.11.02 22:44 입력 2015.11.02 23:48 수정

박 대통령·아베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한·일관계가 뒤늦게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하지만 3년6개월 만에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 만남 자체에만 의미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됐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 기자들과 만나 같은 말을 했다. 이 같은 언급은 양측이 ‘위안부 문제 조기 해결’ 필요성에 공감했을 뿐 해결책에 대한 의견 접근은 없었음을 보여준다.

<b>‘손만’ 잡은 한·일 </b>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손만’ 잡은 한·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일본 태도도 변함이 없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위안부 문제가 일·한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해 조기 해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끝난 사안이지만 한·일관계를 감안해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향후 위안부 문제 협의에서 일본의 적극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두 정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협력하고 정상회담 협의 결과 이행을 위한 고위급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북핵 대응을 위한 다자·양자 차원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현안에 대한 의견 접근보다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사 문제에서는 상당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또 위안부 문제 외에도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범위 논란과 안보법제 제·개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문제 등에 대해 한국 측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는 없었지만 한·일 양국은 정상이 취임 후 첫 회담을 가짐으로써 ‘정상회담 없는 비정상 관계’를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한·일관계 개선을 고대하던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체계 강화에 고삐를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동 대처 목소리가 높아지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