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폼페이오 회동…‘개점휴업’ 외교부, 존재감 되찾나

2018.05.11 22:37 입력 2018.05.11 22:38 수정

청·국정원-백악관·CIA서 주도

한반도 평화 논의서 ‘뒷방’ 신세

(왼쪽)강경화 장관, (오른쪽)폼페이오 장관

(왼쪽)강경화 장관, (오른쪽)폼페이오 장관

북한 핵 문제에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던 외교부는 언제쯤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다. 폼페이오 장관 취임 이후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줄곧 ‘개점휴업’ 상태였던 외교부 입장에서는 이번 장관회담이 북핵·한반도 문제 주무 부서로서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교부 내에는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있다. 평화체제 문제를 다루는 ‘평화외교기획단’도 그 산하에 있다. 하지만 북핵·평화체제 논의는 철저히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에 의해 진행됐다. 미국 역시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에서 이 문제를 배타적으로 다뤄왔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이 같은 ‘고공 플레이’를 선호하는 데다 한·미 정부 모두 외교 관료에 대한 불신이 전례 없이 강한 상황이어서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는 설 자리가 없었다.

청와대가 북핵 외교 전면에 나서 모든 것을 통제하며 ‘단독 드리블’을 하는 동안 북핵 문제가 급진전되자 외교부의 존재감은 더욱 땅에 떨어졌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때 조윤제 주미대사를 따돌리고 단독회담을 한 것은 명백히 외교 프로토콜을 어긴 것이지만 외교부는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외교부는 최근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자주파 핵심인물로 찍혀 야인이 됐다가 최근 베트남 대사로 파격 발탁된 김도현 대사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김 대사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이 잘된 이유는 친미 외교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CIA에서 북핵 문제를 주도했던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외교부에도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카운터파트(상대역)인 외교부도 자연스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직 외교 관료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는 “정권의 정치적 의지로 꽉 막힌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만든 것은 인정하지만, 향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다루는 복잡한 실무단계에서는 이 분야에 경험을 가진 외교 관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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