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중립적 외교무대에 ‘참매 1호’ 장거리 비행도 고려

2018.05.11 22:30 입력 2018.05.11 22:31 수정
워싱턴|박영환 특파원·손제민 기자

북·미 정상회담 장소 싱가포르 낙점 왜

청 “김 위원장은 평양 요구…판문점 고려했던 트럼프 막판 접어”

미국 정치 일정 빡빡·‘G7’ 예정…회담 시기 그 이후로 미뤄진 듯

싱가포르 유력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가 11일자 신문 1면 톱기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싱가포르 유력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가 11일자 신문 1면 톱기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북한 측은 평양을 강하게 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과 싱가포르를 두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정상회담 장소로 5곳을 검토하고 있고 시기는 5월 말~6월 초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가 다시 2~3곳으로 압축됐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를 하고 2~3곳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시 두 정상이 논의한 장소는 판문점과 싱가포르였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설명했다. 나머지 한 곳은 인천 송도였지만 처음부터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이 회담을 할 만한 장소인지 묻는 등 두 정상의 대화 중 가장 많은 부분이 판문점에 할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서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고, 시기도 3~4주 내에 가능하다고 밝혀 5월 하순에 회담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는 판문점 북·미 회담 후 남·북·미 3자 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속도감 있게 종전선언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방문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6월12일 또는 13일 싱가포르 개최를 통보받았다. 미국의 기류가 며칠 사이에 싱가포르로 기운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볼턴 보좌관의 통보 이후에도 북한이 평양 유치에 적극적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개최 의지도 남아 있어 변동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회담 개최지를 두고 막판까지 싱가포르, 판문점, 평양이란 각종 관측이 이어진 배경이다.

판문점을 고려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백악관 참모들은 싱가포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정치적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회담은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싱가포르 개최를 직접 알린 것도 결국 판문점이 배제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 것 같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풀이했다.

중립적인 외교무대라는 점이 싱가포르 낙점의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10일 “싱가포르는 미국과 북한 모두와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두 정상의 안전은 보장할 수 있고 중립성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당초 중립국 중에서는 스위스 제네바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싱가포르를 선택한 데는 김 위원장의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싱가포르는 더욱 중립적 장소로 평가된다”면서 “김 위원장의 노후화된 소련제 항공기(전용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비행이 제한되는 점도 장소 선정에 고려됐다”고 전했다.

회담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진 것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물리적 시간은 물론 미국 국내 정치 일정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유세 등 국내 정치 일정이 빡빡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음달 8~9일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그 이후로 일정이 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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