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신분증 확인 안 했다” “일반인·확진자 한 줄에 세워”

2022.03.06 21:33 입력 2022.03.06 23:37 수정

투표자들이 경험한 ‘확진자 사전투표 혼선’

<b>길 위에 설치된 확진·격리자 투표소</b>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 내 수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들이 외부에 마련된 임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길 위에 설치된 확진·격리자 투표소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5일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 내 수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들이 외부에 마련된 임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A4 용지에 이름·생년월일 등만 적고 투표용지 발급받아
참관인 없이 투표함에 대리 투입…1시간 이상 야외 대기도

“투표용지 받을 때 마스크 내리고 얼굴을 보여준 적도, 신분증을 꺼낸 적도 없었어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투표에 참여한 변모씨(31)는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현장이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현장이 인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뿐더러, 투표용지를 받을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신원 대조 절차마저 생략됐다는 것이다.

변씨는 6일 통화에서 “A4용지에 이름, 생년월일, 주민번호 끝 세 자리 등 개인정보만 작성하고 투표용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씨의 투표소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에 위치한 주민자치센터였다.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에서는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유권자 6명이 새 투표용지가 아닌 기표된 용지를 받았다. 투표용지는 이미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것이었고 용지는 2~3번 접힌 자국이 선명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한 용지를 미처 투표함이 있는 곳으로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로 다시 나눠줬다”고 해명했다.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주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부산 금정구 청룡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야외 확진자 전용 기표소에서 선관위 측이 기표한 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건물 지하 일반 투표소로 옮기자 일부 확진자들은 “투표함에 넣는 것을 직접 보겠다”며 따라가려다 제지당했다. 이들은 “(기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어데로 가 가노(가져 가느냐)”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선거관리뿐 아니라 방역관리도 엉망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씨는 “일반인이 확진자 줄에 서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나중에야 안내하는 사람이 내려와서 ‘확진자분들은 1층, 일반인분들은 3층으로 올라오라’고 하던데 정말 이렇게 진행해도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확진자의 외출 가능시간은 오후 5시부터, 일반인의 투표 가능시간은 오후 6시까지였다. 자택에서 투표소로 이동하는 동선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은 이상 확진자·격리자·비확진자의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확진자들이 장시간 야외에 방치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에서 사전투표를 한 확진자 김모씨(28)는 “제가 몸 상태가 아직 안 좋다보니, 1시간 넘게 투표를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힘들었다”며 “어떤 분은 대기시간도 긴 상황에 온 순서대로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 것에 항의를 하고는 투표를 중도 포기하고 나갔다”고 말했다.

확진자들은 ‘선관위의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씩 나오는 만큼 선관위가 이 정도의 선거 인파를 사전에 예상하고 계획을 마련해야 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4동 열린문화센터에서 투표한 확진자 이모씨(29)는 “확진자가 폭증한 만큼 사전투표 시간을 지금보다 더 늘려주거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며 “무엇보다 확진자를 위한 별도의 투표함을 만들어 직접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해줬다면 이 정도로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확진자별 투표함이 없었던 것을 두고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행법상 투표소 한 곳에 관외·관내 투표함을 각각 하나씩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로 확진자 투표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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