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정부 거명하며 “전쟁 두렵지 않아” 핵능력 과시

2017.04.15 15:46
디지털뉴스팀

북한이 15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고강도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축하 연설에 나선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열병식 연설로는 다소 이례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룡해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끊임없이 감행”하고 있다며 “광란적인 핵전쟁 도발 책동을 벌이면서 일촉즉발의 위험한 전쟁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무분별한 군사적 모험이 어떤 파국적 후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똑바로 알아야 하며 그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12년 열린 태양절 열병식에서 처음 육성 연설을 했을 당시에는 ‘제국주의자’나 ‘적들’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현재 북한 지도부가 상당히 민감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행사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를 ‘관객’으로 상정하고 치러진 열병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룡해는 북한이 “누구보다도 평화를 귀중히 여기고 사랑하지만, 결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는 ‘전쟁불사’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동방의 핵강국, 아시아의 로켓 맹주국’을 자처하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등 호전적 언사를 늘어놨다. 그가 “미국이 추구하는 그 어떤 선택에도 기꺼이 대응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말한 것은 한미동맹의 능력을 무력화할 다각적인 군사적 수단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서 신형 기종을 비롯한 복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 등 한미동맹의 여러 가지 군사적 능력을 겨냥한 다양한 전략미사일을 공개했다.

이날 최룡해의 연설은 전날 북한군 총참모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식 천명한 대미 강경 방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병식을 통한 핵·미사일 능력 과시는 기본적으로 ‘보여주기’ 차원이고, 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실제 도발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아직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압박을 맞받아치는 모양을 보이면서도 추가 핵실험, ICBM 시험발사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상황을)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 아닌가 싶다. 미국을 상대로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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