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처가 논란 불구 지지율 변동 없지만 큰 부담 될 것”

2021.07.13 22:02 입력 2021.07.13 22:04 수정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이번 대선에 대해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변화하는 순간에 국정의 책임자를 뽑게 됐다”며 “과거에 생각했던 수준의 비전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만큼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은 남다른 각오를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이번 대선에 대해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변화하는 순간에 국정의 책임자를 뽑게 됐다”며 “과거에 생각했던 수준의 비전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만큼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은 남다른 각오를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1939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기자로 일한 뒤 청와대 공보·정무비서관과 공보수석을 역임했다.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맡았고, 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을 지냈다.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략기획통으로 2000·2004년 총선 때 선거 전략을 총괄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는 등 여야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였다. 저서 <대통령의 자격>에서 그는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민주적 리더십과 통치 능력을 강조한다.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 절차가 지난 12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선 투표일은 내년 3월9일, 그리고 여기서 당선되는 후보자는 두 달 후인 5월10일 취임한다. 투표일까지 남은 기간은 약 8개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이미 스타트라인을 통과했는데 이에 대적할 보수야권의 후보들은 여전히 출발선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바깥에서 대선판을 넘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선거판을 읽는 눈을 공인받은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최근 몇 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보수·진보 양쪽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선거전략에 간여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 간에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을 떠난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금도 강하게 정치에 간여하고 있다. 반면 윤 전 장관은 좀 더 분석가의 시점으로 대선판을 본다. 10년 전부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 강연하고 주문해왔다. 그러던 차에 최근 윤 전 장관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전 총장과 일족이라 그를 도울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윤 전 장관은 1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나지도 않았을뿐더러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에게서 야권을 중심으로 이번 대선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 내년 3월 대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산업화·민주화 시대가 끝나고 IT(정보·기술)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뉴노멀 시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대정신으로 공정과 정의가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 통합과 포용이 있다. 공정과 정의가 없으면 통합과 포용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다.”

-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번 대선이 독특한 것이 두 거대 정당이 국민에게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한 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다른 한 정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다. 두 정당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있었다. 과거에 이런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제3지대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미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현 정권 기관장들이 야권 후보로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의 경우 고위공직자들이 출마하는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 국민들도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든 매일 언론에 등장하지 않나. 정권교체의 열망이 큰 나머지 고위공직자의 출마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 정치경력이 전무한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감사원장이 대통령이 되어도 문제가 없을까.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은 검사와 판사 출신이다. 평소에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직업이 아니다. 과거를 주로 들여다본다. 국정 책임자는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정 최고책임자가 된다는 것이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분들은 일찍부터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한 게 아니다. 상황이 급하게 만들어졌다. 본인의 책임이 아니다. 본인이 공부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 분야의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최선이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윤석열, 처가 논란 불구 지지율 변동 없지만 큰 부담 될 것”

보수세력의 지지 받으려면
우선 중도세력 공략해야 하는데
보수색 강해지고 메시지도 없어
준비 안 돼 있다는 느낌 들어

- 윤 전 총장이 처가 쪽 리스크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문만 무성했지, 진실은 모른다. 앞으로 무엇이 또 나올지 알 수 없다. 영향을 안 준다고 장담을 하지는 못한다. 윤 전 총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 과거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 문제로 선거전에서 고생했다. 그때 참모로 활동하지 않았나.

“당시 이 후보는 병역문제가 전 국민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때 병역문제와 지금 윤 전 총장의 의혹을 비교하기는 좀 그렇다. 지금은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크다. 이 열망이 윤 전 총장에게 쏠리면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가족 문제가 불거져도 지지율에 변동이 없는 것을 보면 정권교체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가 선친끼리 왕래 있었지만
윤 전 총장과 만나지도 않았고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어
제안 오더라도 사양하고 싶다

- 윤석열 전 총장과 파평 윤씨라는 인연으로 윤 전 장관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없었다. 윤 전 총장과 전화를 한 적도 없고 악수를 한 적도 없다. 일면식이 없다. 그냥 종친이니까 돕는 것이 아닌가 짐작이 나왔을 뿐이다. 비슷한 성격의 부탁은 있었다.”

- 어떤 부탁이었나.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파평 윤씨 집성촌이 있다. ‘노성 윤씨’ 또는 ‘노윤’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선친이 윤 전 총장의 부친과 집안 사람으로서 왕래가 있었다. 윤 전 총장이 나보다는 항렬이 하나 위다. 집안 어른들이 올라와서 윤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대선은) 윤씨 집안 일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윤 전 총장에게서 제의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이상하게 선거 전문가로 알려졌다. 나는 전문성이 없다. 매사에 상식적으로 판단할 뿐이다.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사양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80이 넘었다.”

- 김종인 전 위원장도 활동하고 있다.

“그분과 비교하지 마라. 내가 그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의 결합 가능성은.

“결합해야 한다고 본다. 대선 같은 큰 선거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만 한 역량을 갖춘 분이 없다.”

재·보선 후 국민의힘 가야 했는데
윤 전 총장 타이밍 놓쳐버려
제3지대 가능성은 열려 있어

야권 후보 단일화 될 것 같고
민주당 후보 토론 들여다보니
누구를 막론하고 내용 실망스러워

-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보나, 아니면 제3지대에 남을 것으로 보나.

“지금 들어가면 모양이 우습다. 이미 당 자체 후보가 여러 명 있다. 국민의힘에서 후보가 정해지면 단일화하려고 생각할 것이다. 밖에서 제3세력은 아니라도, 국민들이 볼 때 지지를 이끌어내는 형세를 만들면 좋다. 쉽지는 않다.”

- 어떤 점에서 쉽지 않다는 것인가.

“그동안 국민의힘 이미지가 나빠서 안 들어갔을 것이다. 이 정당이 보궐선거에서 이겼다. 그때 입당해서 ‘내가 당을 바꾸겠다’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등장하면서 에너지를 다 가져갔다. 타이밍을 놓쳤다.”

- 제3지대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그 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다 실패했다.

“반 전 총장이 대권을 포기하면서 (제3지대) 트라우마가 있긴 하다. 직업외교관 출신으로서 대권 도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 전 총장에 비해 윤 전 총장은 산전수전 다 겪었다. 단순비교할 수 없다. 안 대표는 10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다. 변화의 열망에 목이 탄 국민들이 스스로 만든 신기루였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신기루는 없다.”

-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가 결국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검찰은 현실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을 그 당시 안 대표와 표면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정권교체 열망이 크게 되면 정권교체로 갈지, 신기루일지 알 수 없게 된다.”

- 윤 전 총장이 당초 중도층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최근 행보나 발언에서 보수 색깔이 강해진 것 같다.

“(보수적 발언이) 본인의 평소 생각인지 선거 전략인지 모르겠다. 다만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으려면 우선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최근 행보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수를 잡으면 중도층이 가나. 중도를 잡아야 보수가 간다. 대선 출마 선언을 보니 자기 위치를 잘 설정했다. 그런데 이후 일정을 보면 메시지가 없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알려진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 이분이 준비가 안 돼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를 전혀 안 하던 신인이다. 정치적 기반도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정치적 기반은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전 장관이 마련해준 거다.”

- 국민의힘 유승민·홍준표·원희룡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좋은 대통령감이 되기 위해 노력을 덜했다고 볼 수 있다.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국민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선출로 큰 변화의 물꼬를 텄다.

“예전에는 야당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30대 후반의 대표 선출은 신선한 충격이다. 대표가 된 후 행보나 조치가 호감을 사서 기대를 받고 있다. 당의 지지율이 당내 후보의 지지율보다 높다. 윤 전 총장도 나중에 결합한다고 하면 당의 도움을 받게 되고 탄력을 받게 된다. 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속 여부는 이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재·보궐 선거 이후 등장한 ‘20대 남자 담론’이 이 대표의 선출로 다시 불거졌다.

“이대남 같은 젠더 문제는 조심스럽다. 제1야당의 대표가 남녀를 갈라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 이준석 대표가 ‘8월 버스 출발론’을 이야기하고, 김종인 전 위원장은 ‘11월 단일화’를 언급했다.

“의석 100석 이상의 공당이 밖의 한 사람 때문에 할 일을 못한다? 승객이 타든 안 타든 버스는 떠난다. 그 절차를 밟아가면 밖의 후보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얼마나 국민의 기대를 모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국민의 기대를 모은다면 바깥 인물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아니면 밖의 인물이 국민의 기대를 모으는지 그걸 봐야 한다. 당이 우선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통합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본다.”

-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단일화가 안 될까? (야권 성향 후보들이) 정권 심판 열망을 저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 민주당이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국민의힘과 지지율이 비슷해졌다.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이 바뀌지 않는데 무엇이 바뀌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때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부라고 했다. 하지만 촛불혁명 정신에 반하는 정치를 했다.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겠다고 해놓고 거꾸로 당을 수직적인 구조로 만들었다. 송영길 대표가 자기 목소리를 내니까 친문 쪽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더라. 민주당 후보들의 토론을 들여다보니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면 결국 보수와 진보, 1대1 대결이 될 텐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지, 그리고 첨예한 미·중,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 생각했던 수준의 비전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 순간에 중요한 국정의 책임자를 뽑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은 남다른 각오를 갖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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