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판 ‘라쇼몽’ 김종인은 왜 떠나려 할까?

2021.11.23 15:52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호’ 승선을 거부하는 배경을 두고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거부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고, 당사자인 김 전 위원장도 입을 닫으면서 해석만 난무하는 상황이 됐다. 윤 후보 측근과 김 전 위원장 측근, 당 지도부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기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친소 관계나 유불리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셈이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다투는 영화 <라쇼몽>의 국민의힘 판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의 ‘3김 체제’(김종인-김병준-김한길) 선거 기구 구상은 23일 파국으로 치달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고,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을 ‘그 양반’이라고 표현하면서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불과 2~3일 전인 지난 주말만 해도 윤 후보의 구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윤 후보는 지난 20일 김병준 전 위원장을 대동해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났고, 이후 공지문을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전 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하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영입하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했다. 21일에는 김한길 전 대표를 만나서 새시대준비위원회 출범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말을 갓 넘긴 월요일(22일)에 김종인 전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를 보류했다. 주말 사이 벌어진 ‘어떤 일’로 인해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그 ‘어떤 일’에 대해선 주장과 해석이 엇갈린다. 첫번째 해석은 장제원 의원을 원인으로 짚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했는데, 이때 장 의원이 수행 역할을 했다. 장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장면 때문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시절 ‘김종인 저격수’로 불렸었다. 장 의원은 당시 공개적으로 김종인 체제를 비판했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두고도 김 전 위원장과 의견이 엇갈렸다. 여기에 더해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의 비서실장 임명을 측근 정치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 장면은 역대급이었다”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대놓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해석은 윤 후보가 발표한 지난 20일 합의부터가 쌍방 합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을 대동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선 ‘면전 거부’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윤 후보가 이를 이양수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지문을 통해 공식화한 것도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선 불쾌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공지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선 내용증명과도 같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결정했으니 따르라는 식의 통보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김종인 전 위원장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번째 해석은 김한길 전 대표의 새시대준비위원회를 이유로 꼽는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당 선대위와 별도의 기구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원톱’ 선대위와는 별개 조직이라는 점에서 엇갈린 두 가지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원톱 지위를 지켜줬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3김 체제’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 듯 김종인 전 위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제원이니, 김병준이니 이런 개인에 대한 불만으로 거부하신 게 아니다”라면서 “별도의 기구를 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해석을 종합해보면 김 전 위원장이 합류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는 윤 후보의 선거 기구 구성과 인선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해석이 달라지는 이유는 각각의 친소 관계나 입장에 따른 유불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의 합류 거부의 원인으로 지목된 인사들 측에서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인사가 그 원인이라고 ‘폭탄 돌리기’를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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