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하자 전씨 측근들이 자택을 찾았다. 전씨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세동 전 안전기획부장, 고명승 전 육군 대장, 이양우·정주교 변호사 등이다. 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자택 주변을 둘러보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전씨 빈소는 이날 오후 자택과 가까운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장례식장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전씨가 아직 살아 있었구나” “드라마 <5공화국> 생각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취재진을 보며 “무슨 일이냐”면서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5시쯤 빈소 조문이 시작됐다. 일반 시민보다는 5공 정치인들이나 전씨가 이끌던 군내 사조직 하나회 출신 전직 군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세동 전 부장과 김진영·박희도 전 육군 참모총장은 늦은 시간까지 빈소를 지켰다. 전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영일 전 의원, 하나회 출신 고명승 전 대장, 전씨가 2년간 칩거했던 강원도 인제 백담사 주지스님 등도 빈소를 찾았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 등은 조화를 보냈다.
‘전두환 심판 국민행동’ 관계자 10여명은 장례식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씨가 참회하고 사죄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단 한 번의 진실된 사죄 표명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면서 “저질렀던 모든 범죄 행위와 역사의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자택 앞에서 전씨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전두환씨가 사망 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남긴 말은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육하원칙에 따라 그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에게 어떻게 집단발포 명령을 했는지, 그것을 적시한 다음 사실이냐 아니냐 묻고 거기에 대해 사죄하라고 그래야지 무조건 사죄하라면 질문이 되느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