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연쇄문책 생존자’ 김태효에 쏠리는 시선

2023.03.30 18:19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조 실장 등 참모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창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조 실장 등 참모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창길기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전격 사퇴 배경을 두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의문을 풀 핵심 고리로 30일 떠올랐다. ‘김 전 실장-김 차장-외교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안보실 라인에서 유일하게 ‘생존’한데다 실장과 차장 사이의 알력이 이번 파동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상태다.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김 차장과의 관계설정과 역할 조정이 향후 외교·안보 라인 역학 구도를 좌우할 핵심으로 꼽힌다.

김 차장은 최근 일련의 국가안보실 사퇴 파동에서 이례적으로 무풍지대로 남았다. 김 전 실장은 전날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전격 사퇴했고, 그에 앞서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과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이 사실상 경질됐다. 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 사이 ‘2인자’인 김 차장은 연쇄 교체 파동을 비껴갔다.

이번 파동의 표면적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 관련 보고 누락이다. 미국 백악관이 국빈 만찬에 맞춰 제안한 한·미 가수들의 협연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미국 측의 제안 공문 수신자에 이번에 문책 대상이 된 세 사람이 적혀지만 김 차장은 빠져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직접적 책임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동의 근본 배경으로는 김 차장이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김 전 실장과 김 차장의 장기화한 알력이 안보수장 교체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그간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있었던데다, 최근 대일 외교 기조에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김 전 실장과 ‘선제적 양보’에 힘을 실은 김 차장이 엇갈리며 갈등 관계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애초부터 둘의 철학이 조금 달랐는데 결과적으로는 김 차장이 이기고 김 전 실장이 밀린 셈이 됐다”면서 이번 인사가 누적된 안보실 내 ‘미스매치’를 정리하는 성격이 있다고 했다.

이날 조 신임 실장이 바로 임명되면서 안보실은 당분간 ‘내부 정비’ 단계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실 실세’로 꼽혀온 김 차장과 신임 안보실장 사이 관계설정이 향후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좌우할 요인이 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 파동은 결과적으로 김 차장 영향력은 재확인시켜줬다는 분석이 많다. 이문희 비서관 후임인 이충면 외교비서관은 이명박(MB) 정부 청와대에서 김 차장과 함께 일해 ‘김태효 라인’으로 분류된다. 조 실장에 이어 차기 주미대사로 내정된 조현동 외교부1차관 역시 MB 청와대에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맡아 당시 대외전략비서관이었던 김 차장과 함께 일했다. 김 차장이 ‘실세 차장’을 굳히면 MB 정부 때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이어받는 기류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2008년 MB 정부 출범과 함께 대외전략비서관에 임명됐고 이후 수석급인 기획관으로 승진했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밀실 처리’를 주도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까지 4년 넘게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했다. 북한이 2011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남측이 제의했다고 폭로하면서 접촉 당사자로 지목한 인물이 김 차장이다. 윤 대통령은 군사기밀 문건 대외 유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 차장을 지난해 12월 새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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