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한숨’… 홍명보 “나도 혼란스럽다”

2012.08.12 16:39 입력 2012.08.12 18:39 수정

발걸음에 힘이 없었다. 입국장에 들어섰을 땐,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찰나의 실수가 빚어낸 결과가 머릿속을 스치는 듯 했다.

12일 런던 히스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른 박종우(23·부산)의 뒷모습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듯 가슴팍만 어루만지는 그를 지켜보며 홍명보 감독(43)은 “나도 혼란스럽다”고 했다. 지옥과 같은 하루였다.

박종우는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이 한껏 메달의 기쁨을 누릴 때, 홀로 라커룸을 지켜야 했다. 그의 몫이었던 메달도 받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17개의 메달만 받았다. (박)종우의 동메달은 보류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종우가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열린 승리 세리머니에서 관중이 들고 온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종우는 정치적인 표현을 금지한 IOC로부터 진상조사를 받았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종우가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열린 승리 세리머니에서 관중이 들고 온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종우는 정치적인 표현을 금지한 IOC로부터 진상조사를 받았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전날 일본과의 3·4위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관중석에서 넘겨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운동장을 뛰어다닌 것이 화근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의 세리머니를 정치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대한체육회(KOC)에 해명과 함께 박종우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신속한 조취를 취하도록 요청했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 등에서 정치적인 선전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해당 선수에 대한 실격이나 자격취소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동메달 박탈 가능성도 있다.

실제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200m 결승에서 1, 3위로 골인한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식에서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내뻗어 인종 차별에 경종을 울렸지만 메달을 박탈당했다.

일단 대한체육회는 동메달 박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귀국 전 박종우를 상대로 경위조사를 마친 대한체육회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관중석에서 넘겨준 것을 내용도 보지 못하고 들었을 뿐이라며 우발적인 행동임을 IOC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창춘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과 같은 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당시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대표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 홍역을 치렀던 대한체육회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내 메달을 지켜낸 경험이 있다.

이기흥 한국선수단 단장은 “16일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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