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몰락?

2020.01.17 20:36 입력 2020.01.17 20:38 수정

얼마 전 ‘포브스’지에 실린 한 투자 분석가의 글은 지난 20년간 미국, 나아가 전 세계를 정복하다시피 했던 대기업 아마존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추세를 지적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2000년대 들어 지상의 거의 모든 물건을 다 매매하는 대규모 구매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넓디넓은 미국 땅에서 당일 배송이라는 거의 기적 같은 일을 가능케 했으며, 손쉬운 환불 및 반송, 현금이 없는 이들을 위한 신용 제공 등 환상적인 서비스들을 계속 장착하면서 이른바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시어스와 같은 굴지의 백화점까지 이 파상적인 아마존 플랫폼의 팽창에 밀려 폐허가 되거나 문을 닫았고, 이제 모든 소매업자들은 아마존에 무릎을 꿇고 그 플랫폼에 자신들의 상품을 공손히 등록해 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마존은 모든 소매업자들의 플랫폼으로 성격이 변해갔다. 2007년만 해도 23%에 불과했던 제3자 거래는 이제 53%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아마존이 직접 재고를 관리하며 물건을 파는 비중은 낮아지고, 플랫폼으로서만 기능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를 매개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세상읽기]아마존의 몰락?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한 포브스의 글은 최근 몇 년간 소매업자들이 아마존에서 이탈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추세가 가속도를 붙이며 더욱 확장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용품 생산자인 나이키가 작년 11월 아마존에서 모든 제품을 철수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신발 업체인 버켄스탁 또한 이미 2017년에 아마존에서 완전히 철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을 다루는 소매상들에게도 절대 아마존에 물건을 올리지 말라는 철저한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밖에도 반스, 랄프 로렌, 롤렉스, 루이뷔통,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 쟁쟁한 브랜드의 거대 업체들이 이미 아마존을 떠난 상태이다. 이러한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사업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사업자들이 아마존을 떠났으며, 그 숫자는 100만개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혁신이 계속되면서 이제 플랫폼 영업이라는 것 자체가 특별한 기술적 우위를 가진 게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이키와 같은 업체들은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의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으므로 굳이 아마존에 기댈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플랫폼 영업에 필요한 여러 과제들을 낮은 비용으로 대행해주는 서비스 업체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광고, 신용 제공, 온라인 상점, 재고 관리, 반송, 심지어 당일 배송까지도 모두 제공하는 업체들이 성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상점으로 유명한 쇼피파이의 경우 단돈 월 29달러만 내면 개인들도 나이키나 버켄스탁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웹사이트에서 자체적인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며 구매자는 그래서 판매자와 직거래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신박한 서비스로 쇼피파이는 순식간에 100만명 이상의 판매자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하였다.

이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자본주의적 영리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게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낳게 만든다. ‘초연결성’으로 인간과 사물과 사회의 연결선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수 있게 되고 이를 가능케 해주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새로운 경제 조직의 패러다임으로 부상하였다. 플랫폼 자체는 깡통일 뿐이며 거기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의 실체는 그렇게 연결되는 인간과 사물과 사회의 연결과 적극적 협력에 있다. 따라서 플랫폼 자체는 누구든 어렵지 않게 복제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2차 산업혁명 당시의 중장비와 같이 ‘자산’으로 소유하여 거기에서 안정적인 이윤의 흐름을 뽑아내는 것이 성립할 수 있는 모델인지 의문을 낳게 한다.

한때 명성을 날리다가 초라한 모습이 되어 버린 우버와 위워크의 뒤를 아마존도 따르게 될지는 물론 섣불리 말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대안적인 생산 조직의 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동료 생산(peer to peer)에 대해서는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모든 개개인들 스스로가 생산자 및 판매자가 될 수 있다면 그래서 “누구나 아마존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자본과 대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생산자 판매자로서 또 소비자 구매자로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한때 시대착오적 환상이라고 조롱당했던 19세기 조제프 프루동의 소생산자연합이나 로버트 오언의 생산자협동조합 공동체 등이 오히려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형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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