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아프간 전쟁' 끝내는 미국의 고민…인접국 미군 주둔 타진

2021.07.12 13:19 입력 2021.07.12 13:52 수정

중앙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국가들. |구글 지도 캡처

중앙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국가들. |구글 지도 캡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20년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탈레반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등 아프간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미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군 철수라는 기회를 노려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간으로 세력확장을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미군 주둔과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해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악화되는 안보 상황과 폭력 증가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은 아프간의 85%를 장악했다는 탈레반 측 주장이 과장됐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아프간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미군 철수 뒤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추가적 옵션’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면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아프간과 가까이에 있은 인접국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추가적 옵션은 아프간 인접국에 미군을 새로 주둔시키는 방안을 말한다. 아프간에서 빼낸 미군 일부를 인접국에 배치해 아프간 정부를 지원함으로써 아프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하고 미군을 완전 철수시킨 뒤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민간인 학살과 테러를 일삼았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게다가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면 중동 또는 인도양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아프간을 담당해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다는 단점이 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나라는 중국,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다. 중국과 이란이 자국 영토에 미군 주둔을 허용할리 만무하므로 후보국은 4개국으로 좁혀진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 외교장관과 잇따라 접촉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타지키스탄 외교장관과 따로 만났다. 앞서 잘메이 칼릴자드 국무부 아프간 특사도 지난 5월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했다. 미국은 이들 나라들에 미군 기지 허용과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 이주민 수용 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아프간과 국경을 접하지는 않지만 중앙아시아에 속한 키르기즈스탄은 과거 9·11 테러 직후 아프간전에 나선 미군 주둔을 상당 기간 허용한 전례도 있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아프간전 개전 당시 최대 협력국이었던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는 일찌감치 미군 주둔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은 구소련에 속했던 나라들로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역시 높다. 20년 전 러시아는 탈레반 억제에 있어서 미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지만 현재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됐다. 중국 역시 중앙아시아에 미군이 새로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중재함으로써 영향력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이 아프간 인접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려면 해당 국가들에 러시아나 중국의 압박, 국내 반대 여론 등을 떨쳐낼만한 정치·경제적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떨어졌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사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됐느냐는 점이다. 싱크탱크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테무르 우마로프 연구고문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현재 중앙시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중국에 맞선 균형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보지만 미국은 단기적 이해관계에 의해 중앙아시아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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