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16일부터 시행…기업들 벌써 ‘꼼수’ 찾기

2020.01.15 21:36 입력 2020.01.15 22:50 수정

도급금지 범위 제한적, 제2의 구의역 김군·김용균 보호 못해

현대제철, 도금 작업자 별정직 채용 시도 직접고용 회피 의혹

노동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인권위 권고 즉각 이행해야”

<b>“개정 산안법을 개정하라”</b> 김용균재단, 건강한노동세상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안법 개정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개정 산안법을 개정하라” 김용균재단, 건강한노동세상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안법 개정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도급금지 범위 확대’ 등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라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석탄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산안법이 29년 만에 전면 개정됐지만, 도급금지 범위가 워낙 제한적이어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김용균재단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15일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즉각 이행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죽거나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16일부터 시행되는 김용균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김씨가 했던 전기사업설비의 점검 업무와 같은 ‘유해·위험작업’은 도급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도급금지 범위를 규정한 개정 산안법 58조는 도금작업과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등 ‘유해 화학물질’을 중심으로만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철도를 포함한 승강기 등 안전운행시설의 점검 및 설비보수 업무, 전기사업의 발전 등 설비점검과 정비 업무는 모두 빠져있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안법이 시행돼도 김용균씨는 물론 ‘구의역 김군’과 조선업 하청노동자 등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권위는 지난해 11월에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 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직접고용 원칙에 따라 외주화가 제한되는 ‘생명·안전업무’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은 화학적 요인에 한정되지 않고, 변화된 산업구조에서 작업공정·작업환경에 따라 다양한 유해위험 요인이 존재하나 개정 산안법은 여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장도급’을 막기 위해 원청이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내릴 경우 이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지침을 상위법령으로 규정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인권위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경영계에서는 개정 산안법 시행으로 사업주가 산재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 산안법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를 낸 사업주는 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벌금형 상한액을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였다. 하지만 이날 민주노총 등은 개정 산안법이 하한형을 도입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용균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기업들이 도급금지 규정을 ‘꼼수’로 회피하려는 시도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현대제철 순천공장이 도급금지 대상인 아연도금 작업자들을 비정규직인 ‘별정직’으로 채용하려 한다고 폭로했다. 정규직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생산공정 작업자들을 별정직 형태로 채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은 원청의 작업 지시가 인정돼 불법파견 소송에서 1, 2심 모두 패하고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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