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어떻게 캠퍼스 성폭행 반대 시위의 도구가 되었나

2015.03.06 17:14 입력 2015.03.06 23:29 수정

“성폭행 경험은 평생 짊어질 무거운 짐”

▲ 2012년 컬럼비아대 여학생 졸업작품으로 들고 다니며
남학생 편든 당국에 항의… 해외까지 ‘침대 행렬’ 확산

“이 무게를 짊어져요(#CarryThatWeight).”

미국 대학 캠퍼스의 성폭행 근절 시위에서 침대 매트리스는 필수적인 소품이 됐다. 침대 시위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각미술을 전공하는 에마 설코위츠가 지난해 9월 행위예술 졸업작품으로 가는 곳마다 들고 다니면서 생겨났다. 설코위츠는 2012년 8월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남학생에게 강간당한 뒤 대학 측이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자 이 작품을 시위의 한 형태로 고안했다. 그는 자신을 강간한 남학생이 학교를 떠나기까지 캠퍼스를 돌아다닐 때에는 매트리스를 들고 다니겠다고 유튜브 등에 올라온 작품 설명에서 밝히고 있다.

컬럼비아대 미대 에마 설코위츠가 자신의 침대 매트리스 행위예술을 설명하는 모습. | 트위터

컬럼비아대 미대 에마 설코위츠가 자신의 침대 매트리스 행위예술을 설명하는 모습. | 트위터

‘이 무게를 짊어지는 것을 도와줘요.’ 지난해 10월29일 대학 캠퍼스 성폭행 반대를 위한 전국 행동의 날 시위의 포스터.

‘이 무게를 짊어지는 것을 도와줘요.’ 지난해 10월29일 대학 캠퍼스 성폭행 반대를 위한 전국 행동의 날 시위의 포스터.

그의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은 이유를 물었고, 함께 들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기숙사 침대 매트리스를 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의 다른 대학에 퍼졌고, 이 소품은 성폭행 피해 고통에 대한 연대의 상징이 됐다. 지난해 10월29일 전국 행동의 날에는 아메리칸대 등 미국 내 다른 대학뿐만 아니라 헝가리 등 외국 캠퍼스에서도 침대 행렬이 이어졌다. 그런데 왜 침대일까.

설코위츠는 학내 언론 컬럼비아데일리스펙테이터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강간을 당한 뒤부터 그 경험은 내게 무거운 짐이 되었고, 어디를 가나 짊어져야 하는 것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침대는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을 때 물러나 있을 수 있는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이지만, 지난 1~2년간 내 삶은 그 은밀한 곳을 모두 드러내 보여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2012년 8월 성폭행 피해를 당한 직후 수치심 때문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다가, 다른 피해 학생들을 만나며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대학 당국의 조사위원회에 참석해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상세하게 진술했지만 대학 측은 지난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남학생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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