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담 쌓고 ‘나홀로 미국’…폭주하는 트럼프

2017.01.26 14:35 입력 2017.01.26 21:02 수정

<b>‘멕시코 장벽’ 건설하라</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에서 미 남부와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직전 펜 뚜껑을 열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멕시코 장벽’ 건설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에서 미 남부와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직전 펜 뚜껑을 열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 아니라 ‘나홀로 미국(America Alone)’의 길로 가고 있다. 취임 직후 숨가쁘게 행정명령을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을 건설하고 이민자·난민 입국을 제한하는 데 이어 이제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 내던 분담금을 대폭 깎고 미국이 가입한 다자조약도 국정 기조에 반하면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선두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의 책임을 놓겠다는 선언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검토 중인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 분담금의 감사와 삭감’이란 제목의 행정명령안을 공개했다. 위원회를 구성해 유엔과 국제기구로 가는 미국의 분담금을 “최소 40% 이상 삭감하라”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회원국 자격을 주고, 낙태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북한과 이란 제재를 회피하고, 테러지원국의 영향을 받는 기구에 대해서는 분담금을 끊도록 했다. 행정명령에는 유엔 평화유지활동,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한 개발원조, 유엔인구기금(UNPF)에 내는 분담금이 적절한지 재검토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은 전체 유엔 경비의 22%인 6억1083만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미국이 분담금을 40% 이상 삭감한다면 유엔의 기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유엔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규탄 결의안 채택을 비판하며 “1월20일 이후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던 ‘위협’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새로운 다자조약에 대한 정지’라는 제목의 행정명령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탈퇴할 협상이나 조약을 결정하기 위해 국가안보나 해외무역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모든 조약들을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195개국이 참여해 지난해 11월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탈퇴 리스트 상위에 올라 있다. 트럼프는 일관되게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국토안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민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장벽 건설 외에 국경 경비인력을 5000명 늘리고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를 구금할 시설도 더 짓기로 했다. 불법 이민자를 체포해도 추방하지 않고 풀어주는 ‘캐치 앤드 릴리스’ 정책도 폐기된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에 협조하지 않는 ‘이민자 보호도시’에는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멕시코 장벽은 그나마 가장 온건한 정책일지 모른다. 트럼프는 9·11 테러 이후 가동되다 폐지된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감옥을 부활하고,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물고문 도입 등 내용을 담은 ‘적군 구금과 심문’이란 제목의 행정명령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동안 물고문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며 “고문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권 유린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다시 고문이 도입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잘못된 길이다.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도 인준청문회에서 물고문 부활을 반대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회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는 25일 ‘2016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서 미국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강등했다. 민주주의 지수가 일본이나 이탈리아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무슬림 7개국 이민자들의 입국을 최소 30일간 아예 중단하는 ‘외국인의 테러로부터 국가 방어’라는 행정명령도 준비 중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건국이념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만 입국을 허용하도록 강화된 입국심사 기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시리아는 물론 모든 나라 난민의 입국을 120일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 난민 수용 규모는 당초 11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게 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미국은 어떤 믿음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무슬림으로 개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저항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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