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미군을 조사하다니' ICC 국제법정을 제재한 미국

2020.09.03 10:17 입력 2020.09.03 23:19 수정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 AP연합뉴스/위키피디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 AP연합뉴스/위키피디아

미국이 미군 전쟁범죄를 조사 중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기로 했다. ICC가 정치적으로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 이유지만, 국제기구 활동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ICC가 불법적으로 미국인들을 관할권 아래 두려 한다”며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 파키소 모초초코 ICC 사법권 보상·협력 위원장 등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ICC를 두고 “총체적으로 붕괴됐고 부패한 기관”이라면서 제재 대상을 지원하는 이들도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인을 수사하려는 의도”의 ICC 직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CC 제재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ICC가 본부가 있지만 유엔 본부가 뉴욕에 있는 만큼, ICC 관계자들이 미국을 찾을 일이 많은 편이다. 여러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셈이다.

ICC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 사법기관과 직원들을 상대로 한 이러한 강압적 행위는 전례 없던 일”이라며 “ICC에 대한 공격은 잔혹한 범죄의 피해자들의 이익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발키스 자라 선임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최악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에 대한 수치스럽고 저열한 방해”라고 썼다.

2002년 유엔 조약에 의거 창설된 ICC는 국가 당국이 기소할 수 없거나 기소하지 않을 때 개입하면서 대량학살, 반인륜 범죄, 전쟁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ICC는 지난 3월 미군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사자의 전쟁포로 고문, 민간인 살상, 성폭행 등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ICC가 미군 전쟁범죄를 수사한 건 처음이다. 미국은 2011년 말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 벤수다 검사장이 선출된 후 ICC가 미군 전쟁범죄를 수사하려 한다는 움직임이 보이자, ICC에 대한 제재를 경고해왔다. ICC는 2016년 보고서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는 비밀수용소에서 미군이 고문을 저질렀다고 믿을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ICC가 미군 전쟁범죄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미국의 반발은 예상됐다. 더욱이 미국은 ICC에 가입하지 않았다. 123개국이 ICC 조약을 비준했지만 미국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은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ICC는 창설 이후 강대국보다는 아프리카 전쟁범죄만 다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ICC 반대 전선을 확대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택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따른 급격한 조치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국은 전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제 협력 프로젝트(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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