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원칙을 천명했다. 중국으로 바이오 분야 주요 생산시설이 몰려드는 상황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크지만, 한국 전기차 차별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바이오업계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생명공학 연구·개발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골자인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한 것이다. 행정명령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강력한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특히 “미국은 해외의 원료 및 바이오 생산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며 “생명공학 등 핵심 산업에서 생산시설 해외 이전(오프쇼어링)은 중요 화학물질과 제약 성분 같은 재료에 대한 접근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생명공학 분야의 생산시설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행정명령은) 미국의 바이오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가 이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며 “행정명령은 향후 수십년간 미국 생명공학 리더십과 우리 경제 경쟁력을 결정할 분야에 대한 연방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보스턴에서 미국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암 문샷’ 구상과 관련한 연설에서 생명공학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기술을 증진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우리는 향상된 생명공학을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내가 오늘 미국에서 발명한 생명공학이 미국에서 제조되도록 연방정부의 보장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라며 “암 치료이든, 다른 것이든 오늘의 조치는 미국이 생명공학과 바이오 생산에서 세계를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면서 한국 바이오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앞서 IRA가 기후 대응을 명목으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포함하면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한·미 간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백악관은 14일 회의를 열고 이번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광범위한 신규 투자 및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