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마피아

FIFA 부패, 헐값에 팔리는 ‘평등한 1표’ 탓

2015.05.28 22:02 입력 2015.05.28 22:43 수정

집행부, 말 잘 듣는 약소국 통해 총회도 ‘쥐락펴락’

집행위 선정도 멋대로… 독일 등 반감 있어도 ‘1표’

미국 정부가 칼을 빼들고 스위스와 공조수사를 벌이며 국제축구연맹(FIFA)을 압박하고 있다. 미 법무부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FIFA 간부들에 대한 기소장에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 백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b>미 법무장관 회견…“공갈·돈세탁 등 47개 혐의 적용”</b>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이 27일 뉴욕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소 대상에 오른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 14명의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다.   뉴욕 | AFP연합뉴스

미 법무장관 회견…“공갈·돈세탁 등 47개 혐의 적용”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이 27일 뉴욕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소 대상에 오른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 14명의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다. 뉴욕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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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당시 FIFA 집행위원이었던 잭 워너 전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남아공 관계자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돈거래를 했다. ‘배달책’을 프랑스 파리로 보내 남아공 측 인사로부터 호텔방에서 서류가방을 받아오게 한 적도 있었다. 배달책은 중미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이동한 뒤 워너에게 전달했다. 가방 안에는 1만달러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워너는 다른 집행위원에게 “남아공이 1000만달러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해줘 표를 모았다.

워너에게 전해진 돈은 스위스와 미국 뉴욕의 FIFA 금융계좌를 거쳐 워너에게 갔고, 명목상 ‘FIFA로부터 워너에게’ 지급된 것으로 처리됐다. 남아공이 FIFA에 이런 식으로 건넨 뒷돈은 실제로 1000만달러(약 110억원)에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FIFA의 한 간부는 워너에게 “연설을 하고 싶으니 청중을 모아달라”며 사례조로 36만달러(약 4억원)를 주기도 했다. 워너는 청중을 모아준 뒤 연설이 끝나고 참석자들에게 ‘선물’을 돌렸다. 선물은 4만달러씩 든 돈봉투들이었다. FIFA 간부들끼리 검은돈으로 돈잔치를 벌인 것이다.

FIFA 간부들과 함께 기소된 아르헨티나 ‘토르네오스 이 콤페텐시아스’와 미국의 ‘트래픽스포츠USA’ 임원들은 각급 축구대회 마케팅, 중계권을 따내려 지난 24년간 총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 규모의 뇌물과 리베이트를 FIFA에 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FIFA의 개혁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이유가 총회 회원국이 골고루 1표씩 갖는 ‘민주적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이날 “카리브해의 섬나라 턱스 앤드 카이코스도 1표, 월드컵 우승국 독일도 1표를 갖는다. 턱스 앤드 카이코스는 인구가 3만명이지만 FIFA 집행위원회에 대표까지 파견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서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제프 블라터 회장을 비롯한 FIFA 집행부가 약소국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FIFA는 4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월드컵을 통해 수조원의 거액을 벌어들인다. AP는 블라터 회장 재임 17년 동안 130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집계했다. 스위스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는 FIFA는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FIFA는 매년 모든 회원국에 8억원 안팎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별도의 프로젝트를 통해 약소국을 지원하기도 한다. 약소국에는 엄청난 액수여서 집행부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다. 블라터 회장의 독재에 반발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딱히 대항할 방법이 없다.

집행위원회가 월드컵 개최지 선정권을 총회로 넘기기로 했지만 여전히 여자월드컵, 연령별 청소년월드컵 등 중요한 대회 개최지 결정권은 쥐고 있다. 철저한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결정 과정이 오히려 부패의 뿌리다. 러시아월드컵, 카타르월드컵을 동시에 결정한 집행위원회 결정 역시 완벽한 베일에 가린 비밀투표였다. 집행위원은 총회 투표를 통해 뽑는데, 여기에도 각국별 1표가 마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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