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기습 배치

미·중 ‘고래 싸움’에 땅만 내주고 ‘새우 신세’ 전락한 한국

2017.03.08 23:05 입력 2017.03.08 23:54 수정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유신모 기자

4월 정상회담 앞두고 사드 배치 시간표 조절 주목

미 틸러슨 방중 등 양국 협상 따라 한국 안보 좌지우지

중국의 강력 반발에 비해 미국 입장 상대적 유연 ‘변수’

<b>주먹 쥔 왕이</b>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등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던 중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 | 신화연합뉴스

주먹 쥔 왕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등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던 중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 | 신화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올해 수교 38주년인 미·중관계가 ‘성숙한 불혹(不惑)의 해’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30세는 이립, 40세는 불혹”이라 한다고 소개하며 “중·미관계가 낡은 관념을 넘어서, 시야를 새롭게 해 더 굳건해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계를 재설정 중인 미·중 양국은 다음달 그 ‘첫 단추’를 끼우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환율·무역 갈등, 대북 제재 등 기존 현안이 산적한 양국에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추가됐다. 바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다.

중국은 줄곧 미국을 사드 배치의 주체로 지목해 왔지만 그간 미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중의 한발 뒤에 있었다. 하지만 미국마저 6일 사드 발사대가 한국에 반입된 것을 계기로 사드 배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사드는 순식간에 미·중 간 현안으로 부상했다.

미·중 간 논의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와 시기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왕 부장은 “양국 지도자가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의 원칙하에 좋은 협력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순방에 나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찾으면 양국의 사드 힘겨루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7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틸러슨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응해 온 만큼 틸러슨 방중과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드 배치 문제를 대북 제재 등 다른 현안과 엮어 중국과 협의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7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통신(ZTE)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까지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동시에 틸러슨의 아시아 순방 일정도 공개했다. 러셀 차관보는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와 영향력을 북한을 설득하는 데 사용하라”고 비판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사드 배치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중국은 사드를 막는 데 필사적이지만 미국은 사드 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사드와 같은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이 시급한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사드 배치를 유예하거나 연기하는 식으로 타협할 여지도 있다.

미·중 논의가 본격화되면 꽉 막힌 사드 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미·중의 협의로 좌지우지되면 정작 당사자인 한국의 안보 문제가 강대국의 손에 맡겨지는 한국의 처지가 우스워질 수 있다. 이를 전례 삼아 중국이 앞으로 한국의 안보 문제를 한국과 진지하게 논의하는 대신 미국만 상대하려 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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