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미·중, 상대 죽이려 하면 자신도 죽게 돼···경쟁자 간 협력 절실"

2019.12.31 21:10 입력 2020.01.01 11:37 수정

'예정된 전쟁'서 미·중 전쟁 예고했던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미국 국방차관보를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학술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미국과 중국은 라이벌이면서 동시에 파트너라면서 진지하게 협력을 추구해야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문재인 정부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도쿄 | 연합뉴스

미국 국방차관보를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학술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미국과 중국은 라이벌이면서 동시에 파트너라면서 진지하게 협력을 추구해야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문재인 정부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도쿄 | 연합뉴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중 관계를 두고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둘 중 하나가 상대를 죽이려면 자신도 자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며, 따라서 진지한 ‘경쟁자 간 협력(coopetition)’이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출간한 <예정된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해 세계적 관심을 끌은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경향신문과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필연적으로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는 영역들이 있지만 둘은 파트너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에도 기존 지배세력 미국과 신흥세력 중국이 빠져 있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여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경쟁자 간 협력’을 더욱 진지하게 추구해야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그간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한국으로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저서에서 미·중 충돌의 불똥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미·중

미국 '지배세력' 증후군' 징후
피해망상·편집증 속 오해 확대
중국과 확전 위험성 증폭돼

-2019년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19년 초 중국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선포했다. 미국과 중국은 1년 내내 때로는 강경한, 때로는 온건한 수사를 수없이 교환했다. 2019년 미·중관계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만약 투키디데스가 오늘의 현실을 보고 있다면 중국과 미국이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투키디데스가 우리에게 가르쳤듯이, 신흥세력이 기존 지배세력을 대체하려고 위협을 가할 때 경고음이 울린다. 지난 500년 동안 유사한 투키디데스 경쟁이 16번 펼쳐졌고, 이중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 나의 책 <예정된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원제 <예정된 전쟁: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은 미국과 중국 정부가 현재 직면한 딜레마에 대한 진단을 제시했다.”

-당신은 <예정된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깊이 이해하고 관여를 함으로써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 내 전반적인 감정은 매우 적대적으로 보인다. 이런 대응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미국은 ‘지배세력 증후군’의 고전적인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인식과 오해를 감정과 정체성과 결합하는 심리는 종종 투키디데스가 지배세력의 ‘공포’, 신흥세력의 ‘오만’이라고 부른 것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줬듯이 공포 너머에는 피해망상이 자리잡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오만함과 자만심 너머에는 편집증이 있다. 이처럼 위험한 투키디데스 다이내믹스에서는 오해가 확대되고, 잘못된 계산이 배가되며, 확전의 위험성이 증폭된다.”

전쟁 피할 수 있는 해법?

고대 중국 송나라와 요나라
쿠바 미사일 위기 넘긴 미·소
애플·삼성 관계서 아이디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부문에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 및 안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해 일종의 봉쇄 정책을 확장하고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들은 런던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와 함께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하고 있음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 문구는 미국 정부의 제안으로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런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과 중국이 필연적으로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는 영역들이 있지만 둘은 파트너이기도 하다!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둘 중 하나가 상대를 죽이려면 자신도 자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며, 따라서 진지한 ‘경쟁자 간 협력(coopetition)’이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예정된 전쟁>이 처음 출간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다시 말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9가지 잠재적 ‘탈출구’를 발견했다. 물론 각각은 장단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고, 최근 ‘내셔널 인터레스트’ 잡지에 기고한 것으로서 고대 중국의 ‘경쟁자적 동반자 관계’ 개념(※1004년 한족의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무력충돌 직전 전연에서 외교협정인 ‘전연의 맹약’을 맺음으로써 100년 이상 평화를 유지한 사례를 말한다)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넘기면서 얻은 통찰력으로서 미국과 소련이 ‘다양성이 허용되는 안전한 세상’ 속에서 공존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결합하는 것이다(※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6월 10일 아메리칸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의 해악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당장 차이점을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세상을 다양성이 허용되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가리킨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오늘날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두 아이디어의 21세기형 조합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두 나라는 다양성이 허용되는 안전한 세상에서 경쟁자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외교관들은 이것을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세계에서 이것은 종종 일상으로 불린다. 애플과 삼성을 생각해 보라. 두 기업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자였고,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은 실질적으로 애플을 제쳤다. 하지만 애플은 누구의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가? 삼성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서방의 자유주의적 가치에 대한 대안으로서 유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철학적 가치를 강조하는 소위 ‘담론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중국이 미국과의 ‘이데올로기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는 중국이 너무 부유하고 강력해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이익을 인정하고 중국에 걸맞는 존중을 보내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가 미국을 대체하고 아시아의 지배 세력이 되는 것인가?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 전략의 진정한 대가 중 한 사람인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내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이렇게 답했다. “물론이다. 왜 안되는가? 그들은 경제적 기적을 통해 가난한 사회를 전환시켰고,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신흥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서구의 명예 회원이 아닌 중국이 되기를 원하며,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중국인들은 이번 세기를 미국과 동등하게 공유하기를 원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군비통제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새로운 초강대국인 중국이 군비통제 체제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군축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력이 크게 신장했지만 냉전 시절 군비통제 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과 같은 조약에 중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옳다. 그러나 중국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체제가 지구에 야기하는 실존적 위협을 감안할 때 포괄적인 군비통제는 추구할 가치가 있다. INF 조약 자체는 여러차례 가다 서다를 반복한 뒤에 도출됐고,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의 정상회담은 당시 언론에 의해 실패라는 질책을 받았다.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만이 모든 측면에 대한 각자의 최종 결론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홍콩 민주화 시위가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홍콩의 민주화를 둘러싼 긴장은 여전하다. 홍콩 문제는 중국의 역사와 정치 체제에서 비롯됐다. 서방 국가들은 홍콩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투키디데스 다이내믹스에서 두 당사자는 그들을 소용돌이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제3자의 행동 또는 사건에 취약하다. 신흥 세력과 지배 세력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 있어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신흥 세력과 지배 세력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수수께기는 어떻게 전쟁이 일어났는가이다. 답은 외부의 충격, 심지어 우발적 사건 때문일 수 있다. 이런 것이 작용·반작용의 소용돌이를 촉발시키고 양측을 아무도 원치 않았던 전쟁으로 끌고갈 수 있다.”

한국은 어떻게 헤쳐나갈까

북·미 대화 물꼬 튼 역할에 박수
중과 경제 이익·미와 안보 이익
모두 유지할 균형 잡힌 행동을

-2020년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정책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정부의 중국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가? 그리고 주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중국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요기 베라(※“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긴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명 감독)는 ‘특히 미래에 대한’ 예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정치 계급이 본질적으로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다. 과거 2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였던 국가가 이제 미국의 전략적 적수로 명명됐다. 우리는 지금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중국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

-당신은 책에서 미국과 중국 경쟁과 협력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다. 한국은 미국이 유일한 동맹이지만 중국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코끼리들이 싸우면 풀이 짓이겨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있다. 한국은 지금 미국과 중국의 투키디데스 경쟁이 실질적인 전쟁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경로를 따라 커다란 첫 걸음을 내딛도록 격려하면서 보여준 역할에 박수를 보낸다. 왜냐하면 세3자의 도발은 거대 세력들의 전쟁을 촉발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 이익과 미국과의 안보 이익을 유지하는 것이 균형 잡힌 행동이라는 당신의 말이 옳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안보·국방 분야 석학
레이건·클린턴 정부 때
국방장관 특보 등 맡아


안보·국방 분야 석학으로 손꼽히는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80)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분석하면서 국가의 정책결정 및 행동을 합리적 행위자, 조직행위, 정부정치라는 세 가지 접근법으로 살펴본 책 <결정의 본질>을 1971년 출간하면서 학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앨리슨 교수는 1977~1989년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으로 있으면서 케네디스쿨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정치행정대학원으로 키워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결정·핵무기·테러리즘 등이 주요 연구 분야인 그는 레이건·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보와 국방부 차관보를 각각 지냈고, 1980년대 캐스퍼 와인버거에서부터 최근의 제임스 매티스까지 거의 모든 미국 국방장관들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하는 등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1995~2017년 하버드대 벨퍼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특히 벨퍼연구소가 응용역사학 프로젝트로 진행한 ‘투키디데스의 함정’ 사례를 바탕으로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이 펼치고 있는 전략적 경쟁을 분석한 <예정된 전쟁>을 2017년 출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앨리슨 교수는 이 책에서 지난 500년 동안 있었던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 가운데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진 역사를 지적하면서 기존 지배세력인 미국과 신흥세력으로 부상한 중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은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각국 지도자와 대중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예정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앨리슨 교수의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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