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동성애 혐오범죄도 늘고 있다

2021.04.05 15:55
장은교 기자

혐오는 늘 약한 곳을 향한다. 코로나19 팬데믹(새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안에 대한 혐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을 겨냥한 혐오범죄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소수자단체들은 팬데믹 속에서 성소수자들이 더욱 고립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세계트랜스젠더가시성의 날’을 맞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성소수자활동가들이 거리 페인팅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시티|EPA연합뉴스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세계트랜스젠더가시성의 날’을 맞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성소수자활동가들이 거리 페인팅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시티|EPA연합뉴스

CNN은 4일(현지시간) 한 게이 남성의 죽음을 전했다. 42세로 벨기에 베베른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하며 살던 데이비드는 최근 공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성소수자 전문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앱)인 그린더를 통해 약속을 잡고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범인은 16~17세 소년들이었다. 범인들은 약속 장소 근처에 매복해 있다가 잔인하게 데이비드를 살해했다. 경찰은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한 십대가 그린더에서 만난 상대를 난폭하게 공격한 뒤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아일랜드에서도 비슷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CNN은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의 조사를 인용해 “세계적으로 동성애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LGBT단체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선 2020년 거의 매주 동성애 혐오범죄가 발생한 사실이 보도됐고, 프랑스에선 2020년까지 4년 연속 동성애 혐오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자들의 피해가 커진 것은 팬데믹으로 사회적 활동과 모임이 차단되면서 데이팅 어플을 통한 만남의존도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성소수자단체(ILGA) 유럽의 비요른 판 루젠달은 “팬데믹으로 인한 폐쇄가 가져오는 외로움과 보다 친숙한 퀴어 공간에 대한 접근 부족이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훨씬 더 많이 데이팅앱을 사용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영국 웨일스에 사는 성소수자 크리스티안은 “팬데믹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이 찾을 수 있었던 안전한 공간들이 많이 사라져 너무 슬프다”며 “데이팅 앱은 단지 연애나 성관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연대와 공동체를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혐오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데이팅 앱 회사들도 유감과 애도의 성명을 발표하고 일부는 회원들의 배경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란도 발생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경찰과 각 정부가 성소수자를 향한 범죄 해결에 사실상 손을 놓거나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활동가이자 정치학자인 레미 보니는 “벨기에 경찰이 성소수자 혐오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동성애 혐오범죄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통계상 기록에 남기기 위해서이지 그들이 뭘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속에서 폴란드는 일부 지역에 ‘LGBT 프리존(성소수자 없는 곳)’을 지정했고, 헝가리는 LGBT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라트비아는 가족ㅡㄹ 남성과 여성의 결혼으로 규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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