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만든 길거리 음식 금지”... 인도서 계란 요리가 논란 된 이유는

2021.12.14 16:41 입력 2021.12.14 16:42 수정

“계란으로 만든 음식은 힌두교인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할 여지가 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주 길거리에서 사복 차림을 한 공무원들이 ‘계란 단속’에 나섰다. 법으로 금지된 계란으로 만든 요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다는 제보를 듣고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계란 수백 개뿐 아니라 계란과 함께 요리될 빵이나 채소는 물론 노점상에 있는 가스통이나 의자도 전부 압수해갔다. 공무원이 휩쓸고 간 현장엔 깨진 계란 껍질들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뉴욕타임즈는 13일(현지시간)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계란이 들어간 길거리 음식의 전시 및 판매가 금지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집권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보수주의 힌두교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인 아메다바드를 비롯해 라즈콧, 바브나가르, 바도다라 등 4개 도시에선 육류·생선·계란으로 만든 음식의 전시와 판매가 금지되기 시작했다. 해당 도시들은 전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곳들이다.

프라딥 다브 라즈콧 시장은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라즈콧 시 내에서) 채식주의 음식이 아닌 것들을 파는 노점상을 온 군데서 다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힌두교인들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 설명했다. 채소가 아닌 재료를 요리하면서 나오는 연기가 행인들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를 든 도시도 있었다.

힌두교가 지배적인 인도에서 소를 신성시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더해 계란으로 만든 요리까지 금기시하는 것은 계란을 먹지 않는 보수 힌두교도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은 계란을 먹는 것도 육식으로 간주하며 계란 섭취는 영혼의 진보에 방해가 된다고 믿는다. 아메다바드에 살고 있는 간샴 샤 전 정치사회학 교수는 “보수 힌두교도들은 채식만이 문명화된 식사라고 여긴다”며 구자라트주 관리들이 시민들의 육식을 금지함으로써 힌두교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길거리 계란 음식 금지가 빈곤층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아메다바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라케시는 “왜 호텔에선 (계란 요리 판매가) 허용되고 우리만 단속 대상이냐”며 인도 ANI통신에 토로했다. 인도의 군소정당 AIMIM 소속 정치인인 샴사드 파탄은 “구자라트주에서 고기나 생선, 계란으로 만든 음식들을 판매하는 노점상의 대다수는 이슬람교도, 달리트(불가촉천민), 아디바시족(원주민)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계란 금지는 이들을 겨냥한 조치”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일분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영양실조 아동의 대부분은 달리트 등 카스트 제도 하위층에 속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계란은 현지에서 조달하기도 쉽고 영양이 부족한 빈곤층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고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전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