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적 위기' 우크라이나…민간인 700여명 사상, 난민 100만명

2022.03.03 17:29 입력 2022.03.03 17:33 수정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고렌카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한 주민이 슬퍼하고 있다. 고렌카 |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고렌카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한 주민이 슬퍼하고 있다. 고렌카 | AP연합뉴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의 잔혹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 민간인 사상자 700명을 넘어서고 고향을 등진 난민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CNN 등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3월 1일 자정까지 민간인 사망자 227명, 부상자 525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15명은 18세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공격이 진행 중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발표된 수치보다 피해자가 훨씬 많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은 이날 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도시 중 하나인 마리우폴의 세르히 오를로프 부시장은 BBC에 “시신을 회수하기 위해 (피해 현장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확히 피해자 수를 셀 수 없지만, (도시 내에서만) 적어도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이뤄졌다. 사망자 중에는 21살의 인도 대학생과 25살의 알제리 남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와 알제리는 러시아와 우호관계에 있으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결의안에 기권표를 행사한 국가들이다. 인도 외무부는 자국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전쟁에 대한 언급없이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현재 주택과 도로는 물론 병원과 유치원까지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병원에 대한 공격으로 지난주에만 4명이 숨지고, 보건노동자 6명을 포함해 10명이 다쳤다”면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WHO 대표인 야르노 휴비치는 “도시들이 고립되며 불안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2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군사 시설을 집중 타격하던 초기의 속전속결 방식에서 ‘느린 섬멸’ 쪽으로 작전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도시를 포위한 채 중화기를 더 많이 동원해 보다 많은 사회 인프라를 파괴한 후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시키는 작전을 펼 것이란 의미다. 한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더 많은 민간 인프라의 파괴를 볼 것”이라며 “공격의 수위는 올라가고 민간인 사상자와 난민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지자 주요 도시에서는 산부인과를 포함한 의료 시설들이 대피소와 지하실로 옮겨지고 있다. 의료기계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전기 공급과 치료용 산소, 의약품 부족에 따른 문제도 커졌다. 러시아군이 기반 시설을 공격하며 물과 전력 공급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식량 부족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난민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정아 게디니 윌리엄스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e메일을 통해 “각국 정부 통계를 바탕으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부유럽 시간 자정을 기준으로 난민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 일주일 만에 난민 규모가 100만명을 넘은 것이다.

유엔은 이번 전쟁으로 인한 난민이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난민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당시 발생한 난민(총 560만명)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시리아 사태 때는 난민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데 석 달 가량 걸렸다. 사비아 만투 UNHCR 대변인은 “이런 속도라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번 세기 최대 난민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 국경에선 연일 가족들과 생이별한 난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총동원령으로 18~60세 남성의 출국이 금지됐기에 국경에는 주로 남편과 헤어진 아내, 부모들과 헤어진 아동들이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어머니는 두 딸을 국경에 데려다준 뒤 “남편과 함께 고국을 지키겠다”며 다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ICC는 이날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ICC는 2014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충돌한 돈바스 전쟁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의 전쟁범죄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왔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진 전쟁범죄 혐의까지 더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쟁에선 금지된 대량학살 무기가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러시아군은 침공 8일째인 3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들을 포위한 채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키이우 외곽에서는 새벽부터 폭발 소리가 이어졌다. 러시아군은 이날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 중 러시아군에 처음으로 함락됐다. 러시아군은 이날 흑해를 잇는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대해서는 15시간에 걸쳐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일까지 자국 병사 498명이 숨졌고 우크라이나 병사는 287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까지 러시아 병사 최소 584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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