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의 없어도 돼” vs “남편 허락받고 와라”…극과 극 오가는 여성 임신중단권

2022.09.11 06:10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콜로라도 덴버에서 여성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게티이미지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콜로라도 덴버에서 여성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게티이미지


미국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로 여성 임신중단권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선 여성들의 신체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엘 파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은 지난 5월 임신중절 수술을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포함하는 임신중절법 개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스페인에서는 임신중절의 85%가 사설병원에서 이뤄지는데 정부가 나서서 공공 보건 시스템 하에 여성의 신체 결정권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여성들은 거주지에서 가장 인접한 공공병원에서 임신중단 약물을 처방받거나 수술을 받을 수 있다. 16~17세 미성년 및 장애가 있는 여성도 임신을 중단하는 데 부모나 법적 보호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또 지금까지는 의무적이었던 임신중단 결정 전 3일의 ‘성찰 기간’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은 해당 개정안이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신체 자기 결정권은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공공 보건 시스템으로 여성의 임신중단을 보장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이 정부의 임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약물을 통한 임신중단 합법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영국 제약회사의 경구용 임신중절 약물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라면서 여성들이 해당 약을 처방받기 위해선 “남편이나 파트너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여성이 임신을 중지하기 위해선 남편이나 파트너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모체 보호법’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이에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약을 먹는 것조차 여성이 스스로 판단할 수 없냐”며 후생노동성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비판 여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6월 ‘더 안전한 중절을 액션’이라는 단체는 모체 보호법의 관련 규정 폐지를 요구하면서 8만2000여 명의 서명을 후생노동성에 제출했다. 해당 단체의 회원인 쓰카하라 구미는 “안전한 중절은 여성의 권리”라며 여성이 자신의 몸과 관련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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