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4000쪽 분량의 헤겔 철학 원고 새로 발견

2022.11.29 20:34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위키피디아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위키피디아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의 초기 사상이 담긴 강연 원고 4000여쪽이 새롭게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예나 프리드리히실러대의 클라우스 피에베크 교수는 최근 가톨릭 뮌헨과 프라이징 대교구 도서관에서 해당 원고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본의 발견은 베토벤의 새로운 악보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콘스터블(19세기 영국 풍경화가)의 그림을 새로 발견한 것과 비교할 만하다”고 했다. 피에베크 교수는 원고를 보고 헤겔이 미학 개념을 어떻게 형성했고,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원고는 1816년~1818년 사이 헤겔의 강의를 들은 제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카로베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스승의 친구였던 철학자 칼 조세페 히어로니머스 빈티쉬먼에게 증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원고는 칼 빈티쉬먼의 아들이자 가톨릭 신학 교수였던 프리드리히 빈티쉬먼이 남긴 기록물과 함께 이 도서관에 보관돼 온 것으로 보인다. 밤베르크대 크리스찬 일리에스 교수는 “헤겔 저작의 주요 부분은 그의 강의를 통해서만 알려졌기 때문에 학자들이 오랫동안 원고를 찾으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헤겔의 사상과 저작은 난해하기로 손꼽힌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그를 “위대한 철학자들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번 발견으로 헤겔의 사상, 특히 젊은 시절 그의 미학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리에스 교수는 “헤겔은 하이델베르크에서 처음 미학 강의를 했고, 이후 베를린에서 강의할 때는 견해가 크게 달려져 있었다”며 “그의 하이델베르크 강의 원고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규모 면에서도 이 원고는 단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약 4000쪽 분량이다. 원고에는 예술과 종교의 차이에 대한 헤겔의 사상이 정의돼 있다. 아울러 헤겔은 이 원고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셰익스피어의 햄릿, 괴테, 프리드리히 쉴러의 연극과 개인의 자유 등도 논했다.

피에베크 교수와 일리에스 교수 등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주석을 달아 책자로 편집할 예정이다. 일리에스 교수는 “제자 카로베는 매우 똑똑하고 신중한 학생이었다. 따라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헤겔의 논문, 발언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이 밝혀질 수 있다. 놀랄 만한 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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