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호·김종부 “정신력 하나로 신화 일궜죠”

2005.04.19 23:12

신연호·김종부 “정신력 하나로 신화 일궜죠”

◇그때는 몰랐죠=서로를 알게 된 것은 83년 고려대 입학 때. 당시 신연호는 고향 선배들과, 김종부는 서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따로 놀았다. 서먹서먹했던 이들은 멕시코 대회에서 룸메이트가 되면서 가까워졌다. 신연호는 3골, 김종부는 2골. 한팀에서 킬러가 둘이라 라이벌 의식은 없었는지? “함께 있으면 서로를 잘 챙겨줬죠. 라이벌요? 단짝 공격수였습니다. 한번도 싸우지 않았죠.” 서로를 평가해 달라고 했다. 신연호는 “종부는 책임감이 강하고 묵묵한 친구”라고 했고, 김종부는 “축구와 생활에서 모두 영리한 친구”라고 답했다.

◇모두 최상의 위치에서 쏜 슛이었죠.=멕시코 대회 4강 원동력으로 이들은 희생정신과 정신력을 꼽았다. 김종부는 “당시 선수들은 팀 승리만을 위해 공을 찼죠. 우리 골도 모두 최상의 위치에서 나왔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운동장, 유니폼, 축구화 ‘뽕’까지 모두 우리를 주눅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첫경기(스코틀랜드)에서 0-2로 지고 말았죠.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아마 4강 신화는 어려웠을 겁니다.” 신연호의 말이다.

지금 청소년대표팀에 대한 느낌은? “후배들이 기량에선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죠. 아쉬운 점은 개인적인 플레이가 많다는 점입니다. 조직력을 가다듬고 동료를 위한 플레이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신연호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김종부에게는 신연호와 박주영(20·FC서울)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연호는 순간적으로 등을 잘 지고 공이 있는 곳에 꼭 있는 공격수”라고 치켜세웠다. 예상대로 신연호 왈, “지금 박주영이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낫죠. 후배들이 더 훌륭하니까 얼마나 뿌듯한데요.”

◇드리워진 그림자=화려한 멕시코 대회 이후 이들에게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신연호의 문제는 고질적 부상. “대학시절 1년 동안 7번이나 병원에 갔습니다. 발목과 발가락에 관절염이 있었죠. 86년 월드컵을 고사하고 87년 울산에 입단한 게 다행스러울 뿐입니다.”

김종부도 큰 시련을 맞았다. 85년부터 불거진 대우와 현대간 스카우트 전쟁. 김종부는 고려대 사령탑 출신 이차만 감독을 따라 대우에 가기로 결심했으나 어이없이 대우와 현대간 이중계약파문에 휘말렸다. “당시 얘기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희비가 엇갈린 프로생활=신연호는 프로선수생활을 무난히 마쳤다. 현대에서 8시즌 170경기에 뛰며 12득점 7도움. 골이 적은 이유는 수비형 MF, 수비수로 뛰었기 때문. “포지션을 바꾼 덕분에 선수생활을 오래 할 수 있었죠.”

김종부의 프로생활은 불운의 연속. 85년부터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리다 87년 한·일 프로 친선전에서 대우 소속으로 뛰었다는 이유로 1년 선수자격을 박탈당했다. “프로에서 실패한 것도 당시 1년 공백이 너무 컸습니다.”

신연호·김종부 “정신력 하나로 신화 일궜죠”

◇꿈을 위해 건배=신연호는 은퇴 직후 전북 현대 코치로 일했다. 2000년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뒤 2002년 호남대를 맡았다. “프로에서 대학으로 오니까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힘들더라구요. 지금은 선수들이 쑥쑥 크는 것을 보면 신이 납니다.”

97년 거제고 감독을 맡은 김종부는 학교를 전국대회 16강권으로 끌어올린 뒤 2002년 동의대로 옮겼다. “내가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선수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압니다. 그래서 먼저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죠.”

신감독은 준우승만 3번을 했고 김감독도 지난해 딱 한번 준우승을 거뒀을 뿐이다. 신감독은 “고교 A급은 프로, B는 고·연대, C는 수도권 대학, D급이 지방대학으로 온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김감독도 “프로가 학원축구를 살릴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다짐했다. “누구 먼저 우승하든 우승하는 날 소주 한잔 진하게 기울이자”고. 그리고 나중에는 “프로에서 벤치싸움을 진하게 벌이자”고 말이다.

〈서귀포|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 신연호 -

▲생년월일=1964년 5월8일 ▲고향=전남 여수 ▲가족관계=부인 신기화씨와 1남1녀 ▲신체조건=1m76·70㎏ ▲출신학교=여수서초-여수구봉중-금호고-고려대 ▲프로경력=현대(87~94년), 통산 170경기 12득점 7도움 ▲국가대표경력=83년 세계청소년대회(4강), 84년 LA올림픽예선, 84년 메르데카배(우승), 85년 메르데카배(우승), 85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88팀·준우승) ▲수상경력=82년 대구 MBC배 득점왕(7골), 82년 대통령배 고교대회 득점왕(5골), 84년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 득점왕(3골) ▲지도자 경력=프로축구 전북 현대 코치(1995~2000·6), 호남대 감독(2002·10~현재)

- 김종부 -

▲생년월일=1965년 1월13일 ▲고향=경남 통영 ▲가족관계=부인 이명희씨와 2녀 ▲신체조건=1m83·72㎏ ▲출신학교=통영유영초-서울중동중-중동고-고려대 ▲프로경력=포항(88~89년), 대우(90~93), 일화(93~94), 대우(95), 통산 81경기 6득점 8도움 ▲국가대표경력=83년 세계청소년대회(4강), 84년 LA올림픽예선, 84년 메르데카배(우승), 85년 메르데카배(우승), 85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88팀·준우승), 86년 멕시코월드컵, 90년 다이너스티컵(우승) ▲수상경력=83년 한국체육대상 최우수선수 ▲지도자 경력=거제고 감독(97~2001), 동의대 감독(200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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