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선동 주범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언론들…갈라진 영국의 미디어 전선

2016.06.16 07:00

180만명이 구독하는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이 14일(현지시간) 1면에 ‘EU를 떠나자’는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더 선

180만명이 구독하는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이 14일(현지시간) 1면에 ‘EU를 떠나자’는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더 선

“유럽연합(EU)를 떠나 영국에 남자.”

14일(현지시간) 영국 최대 부수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 선’이 1면에 EU를 탈퇴하자는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싣고 ‘EU탈퇴’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기사에는 “EU에 남으면 이민자 문제, 일자리, 임금, 삶의 방식 등이 더 나빠진다”며 “독재적인 브뤼셀(EU)를 떠나자”는 내용이 담겼다. 더 선은 EU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확장에 휘말리지 말고 독자적인 운명을 개척해야 영국이 ‘더 부유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된다고 주장했다.

오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EU탈퇴를 선동하는 주범으로 영국 타블로이드 언론들이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은 신문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는 있지만 더선은 영국에서 180만명의 독자를 거느리면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선과 함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도 EU탈퇴 운동의 선봉에 섰다. 데일리메일도 160만부를 인쇄하는 대중지여서 이들이 이끄는 ‘보수적이고 반-EU적인 시각’은 EU탈퇴 운동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 선의 선동적인 보도에 대해 신문 측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부 기자 출신인 토니 갈라거 더 선 편집장은 “EU를 떠나자는 캠페인은 신문의 40년 이상된 역사적이고 합법적인 운동”이라고 NYT에 말했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더 타임즈’와 ‘더 선데이 타임즈’는 아직까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데일리 미러,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은 EU잔류 운동을 지지하고 있지만 EU잔류 운동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주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EU잔류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사이 타블로이드 언론은 유권자를 선동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더 선은 “캐머런 총리가 지저분하고 냉소적이며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EU잔류’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타블로이드지들은 자국 재무부나 영란은행(BoE), 국제통화기금(IMF) 및 타국 정상들이 내놓은 브렉시트 이후 비관적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넌센스(nonsense)”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표를 9일 가량 앞두고 타블로이드지의 공격적 보도는 브렉시트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EU탈퇴파는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 당장 터키의 EU가입 문제가 브렉시트 찬반 진영의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U탈퇴파는 “영국에서 제2의 올란도 참사를 막으려면 EU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탈퇴 운동 공식 책자에는 터키가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닿은 지도와 함께 터키의 EU 가입 문제를 주요 이슈로 소개했다. 책자에는 터키가 범죄율과 총기 소지 비율이 높고, 출생률이 높아 앞으로 8년 이내에 터키에서 영국으로 수백만 명이 몰려올 수 있어 위험하다는 내용이 실렸다.

EU잔류파들은 터키를 경계하는 이러한 주장이 인종차별을 부추기며,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터키의 EU가입을 지원하겠다던 캐머런 총리는 터키가 EU에 가입할 가능성이 작으며, 가입하더라도 최소 10년 후 일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업체가 EU탈퇴 쪽으로 기운 여론조사 결과들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베팅업체들은 아직 EU잔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어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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