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아파요? 그런데 빨리 낫긴 싫다고요?

2018.03.19 10:10 입력 2018.03.19 10:11 수정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세상에는 참 많은 병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선 때로는 이해가 참 안 된다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들 중에는 “온몸이 아파요”라며 심한 고통을 호소하지만, 정작 이 병으로부터 빨리 낫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모순적 상황에 빠진 경우입니다. 이 세상에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 이 둘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모순적 상황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몸이 아플 때 자주 직면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몸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운데도, 정작 그 고통에서 환자 자신은 벗어나고 싶어 하질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병이 빨리 나을까봐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요?

하지만, 우울이나 불안 요소가 결합된 상당수의 신체질환들이 이런 측면이 강합니다. 이 병이 나아버리면, 다시 우울하고 불안한 현실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이는 내 몸이 아픈 것보다는 훨씬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고, 그 고통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무의식이 가로 막고 있습니다. 아주 희귀한 병이 아닙니다. 고질적인 두통이나 생리통처럼 평범한 신체질환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자칫 우리 마음을 놓쳐버리는 순간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어떤 신체증상이나 병이 오랫동안 치료해도 잘 낫지 않을 때는, 이런 회피심리 속에서 진짜 원인과 치료의 실마리가 찾아봐야 합니다.

☞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팟캐스트 듣기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제 227화에서는 이런 자기모순 때문에 각종 통증이나 질병이 잘 낫질 않는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온몸이 아파요”라며 불면증과 강박증까지 호소하는 중년 여성 ㄱ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고 이런지가 오래됐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게 언제부터냐’고 묻자, ㄱ씨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래됐다”라며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게다가 증상을 물으면 뭔가를 감추고 도망치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이렇게 아픈 곳이 많고 오래 고생했다면, 보통은 자신의 증상과 병력을 의사가 소상히 살피도록 더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하겠죠. 그런데, ㄱ씨는 말로는 “온몸이 아파요”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기 병에 대한 구체적인 건 자꾸 감추려고 합니다.

병이 빨리 나았으면 하는 절박함은 없는 겁니다. 이는 빨리 낫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이 반영된 겁니다. 보다 못한 보호자가 대신 나서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ㄱ씨는 말로는 고통스럽다고 하고, 몸은 병원에 왔지만, 마음은 사실 오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치료받아서 낫고 싶지도 않은 겁니다. 이런 저항 심리 때문에, 그동안 많은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이런 경우는 차라리 병이라도 있는 게 내 삶이 덜 위험하다는 무의식적 계산 때문에 비롯됩니다. 보통은 수동공격 심리나 우울 불안으로부터의 회피 목적 때문에 발생합니다. 즉, 내가 처한 복잡한 삶의 문제를 도피하고 싶을 때, 오히려 몸이 아픈 게 좋은 수단이자 명분이 됩니다.

몸이 아프면 여러 책임과 의무로부터 면제될 수 있습니다. 주변의 관심과 애착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의무를 피해도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낍니다. ㄱ씨에겐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심통부리기 227화에서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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