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습훈련 격년제로…북 압박 땐 ‘일시불’ 대화 땐 ‘할부’로

2018.04.02 20:48 입력 2018.04.04 16:56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

<b>A-10 전투기, 오산기지 착륙</b>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진행 중인 2일 경기 평택시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에서 훈련을 마친 A-10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이번 독수리 훈련에는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해 미군 1만150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미군의 전략자산은 전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A-10 전투기, 오산기지 착륙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진행 중인 2일 경기 평택시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에서 훈련을 마친 A-10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이번 독수리 훈련에는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해 미군 1만150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미군의 전략자산은 전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1964년 북 대남 게릴라전에 대비…육군 특전단 부대 훈련에서 시작
팀스피리트 중단 후 규모 더 커져…미 해외 실기동 훈련 중 최대 규모
올해 전략자산 안 오고 기간 단축, 훈련 언론 공개 줄이며 ‘로키’로
2016~2017년엔 정반대 ‘하이키’ 핵항모·B-52 폭격기 무력 시위
공군 훈련 ‘맥스 선더’ 5월로 미뤄 ‘독수리’와 육·해·공 각군별 훈련
일정 합쳤다가 쪼갰다 ‘조삼모사’

한·미 양국 군이 지난 1일부터 독수리(FE·Foal Eagle) 훈련을 시작했다. 독수리 훈련은 병력과 장비를 전개하는 야외 실기동 훈련(FTX·Field Training Exercise)이다. 미군은 이번 독수리 훈련에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해 1만1500여명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독수리 연습과 함께 오는 23일부터 2주 동안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훈련(CPX·Command Post Exercise)인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키리졸브란 명칭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병력의 ‘수용·대기·전개·통합’ 훈련을 의미하는 RSOI에서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합의 이후 바뀐 것이다.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키리졸브 연습은 통상적으로 1부 방어, 2부 반격 및 수복지역 안정화 등으로 진행된다. 키리졸브 연습에는 미군 1만2200여명이 참가하지만 실제 기동 병력과 무기가 동원되지 않는 ‘워 게임’이다.

■ 독수리 1호 작전이 원조

미군은 독수리 훈련을 폴이글(Foal Eagle)로 부른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망아지(Foal)·독수리(Eagle)’다. 한·미가 1964년 독수리 훈련을 처음 시작했을 때 미군에서는 ‘망아지’가 부대 상징동물인 육군 특전단 부대가, 한국군에서는 ‘독수리’가 상징동물인 육군 특전단 부대가 참가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참가 부대 명칭이나 규모, 방법이 바뀌었어도 ‘폴이글’은 처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연습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단호한 결단’이라는 뜻이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통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첫 훈련 참가 부대가 한·미 양국 모두 육군 특수전 부대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독수리 훈련은 북의 대남 게릴라전을 대비한 특수전 야외훈련으로 시작했다. 당시 국방부는 “한·미 합동 게릴라 소탕작전인 ‘독수리 1호작전’을 (1964년) 10월26일부터 11월25일까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독수리 훈련·키리졸브 연습은 팀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된 1994년 이후 규모가 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 위협과 도발 강도가 높아지면 덩달아 미군 참가 전력이 대폭 증강되고 독수리 훈련·키리졸브 연습에 포함시켜 실시하는 훈련 종류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북한도 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도발 강도를 높여 ‘장군멍군’식 악순환을 반복하는 등 최근 수년 동안 한반도는 4월만 되면 위기설이 터져 나왔다.

한·미는 애초에 대간첩 입체작전인 공지합동훈련 중심으로 독수리 훈련을 실시하다 점차 방어훈련을 확대해 나갔다. 1994년에는 팀스피리트 훈련이 중지된 것을 계기로 독수리 훈련의 야외기동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1995년에는 미 7함대 지휘함인 블루리치함과 핵잠수함, 상륙함 등 함정들도 독수리 연습에 참가했다. 북한은 중지를 약속한 팀스피리트 훈련의 간판만 바꾼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1996년에는 북한의 동해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한·미가 연합훈련 규모를 늘리기로 합의해 독수리 훈련 참가 전력과 병력 숫자가 더욱 늘어났다. 2002년부터는 독수리 훈련을 키리졸브 전신인 RSOI(전시 증원 연습)와 묶어 실시했다.

북한은 해마다 독수리 훈련·키리졸브 연습에 대한 비난을 거르지 않고 있다. 2009년에는 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을 차단했고,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에 이어 같은 해 11월엔 연평도 포격사태까지 일으켰다. 2011년에는 ‘서울 불바다’를 거론하며 남측을 협박했다. 이에 맞서 한·미는 2011년부터 훈련 규모를 키웠다. 2012년부터는 독수리 훈련에 북한 후방지역으로 대규모 전력을 기습 상륙시키는 쌍룡훈련까지 포함시키는 등 육·해·공군의 다양한 훈련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한·미 양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기간을 2개월로 늘렸다. 그러다보니 한때 실시 기간이 1주 정도였던 적도 있을 정도로 들쭉날쭉했던 독수리 훈련은 현재 미군이 해외에서 실시하는 실기동 훈련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졌다. 또 키리졸브 연습과 연계하면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과 유사해졌다.

■ ‘일시불 훈련 VS 할부 훈련’

군 당국은 독수리 훈련 기간을 4주로,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히고 있다. 훈련 기간 핵추진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사실상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훈련의 언론 공개도 피할 방침이다. 이는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소위 로키(low-key)를 내세운 국방부의 ‘SC(Strategic Communication·전략 커뮤니케이션)다.

국방부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심각했던 2016~2017년에는 지금과 180도 달랐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국민 불안을 잠재운다는 명목으로 ‘하이키(high-key) SC’를 내세웠다. 때로는 과장도 일삼았다. 미군 역시 훈련 참가 병력에 예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를 ‘입맛’대로 늘리거나 줄여 발표해 비판을 받았다.

과거 하이키 ‘단골 메뉴’는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과 B-2 또는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 공개였다. 특히 B-52 폭격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된 핵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우산 전력의 하나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이 없으면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게 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는 전략자산을 전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 숙달과 임무수행 차원에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을 놓고 독수리 훈련·키리졸브 연습의 일환이라고 하는 것은 실상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것이다.

올해 독수리 훈련은 한·미 해군과 해병대가 참가하는 쌍룡훈련으로 시작됐다. 쌍룡훈련은 올해와 같은 짝수 해에는 상륙작전 후 내륙 진격, 북한 거점 점령 등 공세적 국면을, 홀수 해에는 전쟁 지속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방어적 국면을 훈련한다. 북한이 쌍룡훈련을 북침훈련이라고 비난해 온 이유다.

미군은 이번 쌍룡훈련에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LHD-1)과 본험리처드함(LHD-6)을 투입했다. 와스프함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하고 있다. F-35B는 한·미 연합군의 상륙작전 반경과 위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기습 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와스프함은 사실상 경항모로 한반도 전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전력이다. 이 외에도 상륙함 2척과 최신예 이지스함 2척 등 모두 10여척의 미 함정이 참가하고 있다. 이 전력들은 현재 제주도 근처 해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과거 독수리 훈련에 관행적으로 포함시켰던 육·해·공군 각군별 훈련을 나중으로 미루고, 종료일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올해 훈련기간을 축소했다.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를 5월 중순으로 미룬 것이 대표적이다. ‘맥스 선더’는 아군인 청군(Blue Air)과 적군인 홍군(Red Air)으로 나눠 실전 상황을 가정한 강도 높은 훈련이다. 독수리 훈련에 포함시켜 진행했던 지난해에는 총 100여대의 항공기와 1200여명의 병력이 참가했다. 올해는 독수리 훈련과 별개로 치러지게 됐다. 한·미가 일정을 쪼개 일종의 ‘할부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싶으면 독수리 훈련·키리졸브 연습 기간 동안 다른 훈련 일정을 추가로 끼워 넣어 한꺼번에 ‘일시불 훈련’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훈련이 조삼모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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