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 맞아야 하는 이유

2018.04.17 21:56
정필상 | 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장·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의술 인술]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 맞아야 하는 이유

구인두암은 편도와 혀뿌리(혀의 뒤쪽 끝부분)에 생긴 암을 말하는데, 먹고 숨쉬며 말을 하는 데 사용하는 기관에 암이 생기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 과거에는 흡연, 과도한 음주가 구인두암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2007년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가 구인두암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약 70%의 구인두암이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생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려할 만한 부분은 구인두암이 국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인두암의 5년 누적 유병자 수는 2003~2007년 1005명에서 2011~2015년에는 1876명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인두암의 증상은 지속적인 인후염, 쉰 목소리, 경부 종물(단단하거나 말랑말랑한 덩어리), 삼킬 때의 통증, 설명할 수 없는 체중 감소 등이 있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나 징후가 없을 수도 있다.

수술 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조합하여 치료하게 되는데, 앞서 말했듯이 생긴 위치의 특성상 치료에 의한 합병증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병의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생식기계 사마귀와 자궁경부암, 항문암, 구인두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구인두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약 40개의 유형이 존재하는데 인유두종 바이러스 16, 18형이 암을 일으키는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유형의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구강과 인후에 사마귀를 일으킬 수 있으나,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처음에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체는 자연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저항하게 되며, 대개 감염된 세포는 정상으로 회복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되는 경우 세포의 변형을 일으키게 되며 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보통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되며, 구강 내 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건강 문제를 야기하기 전에 사라지기 때문에 과도한 걱정은 금물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성적인 접촉으로 감염되며, 질 또는 항문 성교를 통해 전염된다. 구강 성관계 또는 ‘프렌치 키스’(딥 키스)를 통해서도 전염이 된다.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경우, 어린 나이에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은 구인두암의 예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특이 치료법은 없으며 백신을 통한 예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12세 여성 청소년에서 의무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남성에서 의무접종 사항은 아니다. 얼마 전 국민청원에 남자에게도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이 올라왔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백신은 구인두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구강 감염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 2600명 이상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 결과,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구강 내 바이러스 감염 유병률이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90% 정도 낮았다. 그러므로 잠재적으로 구인두암을 예방할 수 있다. 구인두암은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이상 많이 걸리기 때문에 남자들도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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