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는 적법했다"

2014.11.13 17:31 입력 2014.11.13 18:18 수정
장은교 기자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쌍용자동차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을 처음 벌인 지 2002일째 되던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2호 법정. 권순일 대법관이 짤막하게 읽은 ‘주문’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이 가졌던 복직의 꿈도 사실상 ‘파기’됐다. 대법원이 주요사건에서 원심(하급심) 판결을 파기할 경우 주문과 함께 파기 사유를 방청객 앞에서 짧게라도 설명하는 것이 관례다. 이날은 추가설명을 한줄도 낭독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은지 9개월만에 법정에 온 해고자들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 울지도 못하고 법정을 나왔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 후 대법원 청사를 나서면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br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 후 대법원 청사를 나서면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쌍용차 해고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해고는 유효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2009년 쌍용차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가 찾아오고 경유가격이 인상되면서 매출이 급락했고 제품연구와 투자를 할 여력이 없어 자금난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노조 측은 당시 회사가 제기한 회계법인의 보고서는 신차 출시로 들어올 매출량은 빼고 구차 단종으로 인한 위험만을 강조한 ‘부풀려진 위기’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어 예상매출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경영상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 정리해고뿐이었다는 회사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잉여인력은 몇 명인지 등은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과 임금동결, 순환휴직, 희망퇴직 등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다”고도 인정했다. 노조 측은 당초 2646명이던 정리해고 인원이 153명으로 줄어든 것만 봐도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한 정리해고 계획은 자의적이었고, 무급휴직 등은 정리해고 이후에야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는 선고 후 “사측의 논리만을 철저히 수용한 대법원에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혔다”고 말했다. 해고자 가족들은 법원 밖에서 서로 조용히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하다 결국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에서 ‘해고 유효’ 판결을 받은 쌍용차 관리직원 2명의 판결은 원심 그대로 확정했다. 쌍용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