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인규 “국정원, 노무현 수사 내용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

2015.02.25 06:00 입력 2015.02.25 07:56 수정
홍재원·곽희양·이효상 기자

박연차 게이트 당시 대검 중수부장

“명품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 국정원 주도로 이뤄져”

“노 전 대통령, 그런 발언 안 해… 말을 만들어 언론플레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7·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진)이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24일 밝혔다.

이 전 부장은 경향신문과 만나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독]이인규 “국정원, 노무현 수사 내용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다음달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의 대서특필 후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사표를 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회고록 <운명>의 일부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 책에서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 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중수부의 노 전 대통령 소환 장면을 묘사했다. 이 전 부장은 “공손한 말투로 어떻게 건방질 수가 있겠느냐”며 “사실은 책에 적힌 대로 공손하게 했지만 수사팀 자체에 대한 반감 탓에 문 대표가 그렇게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이 ‘언론플레이’ 장본인으로 지목한 국정원 당시 수장은 원세훈씨였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편파적인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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