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산산이 무너진다

2016.01.25 20:24 입력 2016.01.25 20:28 수정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대통령의 한마디에 ‘4대강’이 허무하게 파헤쳐졌다. 16개의 댐이 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강은 호수로 변했다. 여름내 번진 녹조는 겨울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죄 없는 물고기들은 숨을 거두고 떠올랐다. 겨울 철새들은 모래톱이 사라진 강가를 더 이상 찾질 않았다. 3조원 이상 들인 수변공원에는 사람이 없고 잡풀만이 자리를 잡았다. 강가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들의 한숨도 깊어갔다. 그런데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녹색성장하고, 경제위기를 벗었다며 퇴임 후 첫 특강에서 자랑삼아 말했다.

참으로 비겁하고 염치없는 짓이다.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홍수예방, 가뭄극복, 생태복원이란 사업 목적은 껍데기뿐이었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은 경제침체를 빌미로 기업을 배 불리기 위한 건설사 부흥사업이었다.

[시론] 대통령 한마디에…산산이 무너진다

박근혜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의 삽질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명분은 관광활성화인데 ‘4대강’의 운명처럼 산산이 무너질 판이다.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반려되었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광폭 질주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가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는 그 말 때문에. 총대를 멘 환경부는 스스로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TF 팀장’이 되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사업자인 양양군을 컨설팅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행정부처가 모여 비밀회의를 진행했고, 양양군은 지난해 5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같은 해 8월28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자격 없는 국방부, 해양수산부 위원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찬반 투표에 참여하였다. 양양군은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는 위법한 행정절차로 진행돼 취소소송을 기다리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비단 설악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숲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 갈림길의 빗장과 같다. 설악산이 허용되면서 전국적으로 30곳 이상의 케이블카 사업이 접수되었다.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우리 공동의 재산인 숲을 헐값에 넘기는 공약들이 난무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미 설악산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 등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조감도를 가지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지난해 말, 원주지방환경청에 접수되었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의견이 미반영되거나, 환경부의 삭도 건설 가이드라인에 위배된 평가서가 제출되었다. 심지어 사업 허가의 전제조건이었던 국립공원위원회의 7가지 부대조건도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평가서 초안은 반려되어야 한다.

게다가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당시의 보고서와 비교할 때, 사업내용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훼손 면적이 증가하고 지주 위치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립공원위원회가 처음부터 다시 심의하는 것이 맞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설악산 개발은 사회적 분쟁 사항이기 때문에 지침이 정한 바에 따라 ‘환경갈등조정협의회’를 개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또한 원주지방환경청은 무시하고 있다.

설악산을 지키는 우리의 노력은 ‘단순한 산 하나’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위정자의 사리사욕을 녹색으로 세탁하는 부당한 현실과의 다툼이다. 공공의 재산을 그들의 것인 양 허투루 여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교정 과정이다. 우리는 25일 원주지방환경청 위에 올랐다. 그곳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생명의 소리에 응답하라!!” 그곳에서 설악산의 존엄성이 세워질 세상을 바라본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삶과 자연의 생채기가 치유되는 감동의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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