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치 참여, 마드리드에서 배워라

2016.01.20 20:57 입력 2016.01.20 21:01 수정
박주민 | 변호사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연일 정치권에 대한 기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의 이동 소식과 새로이 정치권에 합류하는 사람들의 이모저모가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정치에 대한 이런 관심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자연환경을 제외하고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론]시민정치 참여, 마드리드에서 배워라

최근 콜린 크라우치(Colin Crouch)가 쓴 <포스트 민주주의>란 책을 읽고 있다. 크라우치가 ‘포스트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가 확대되다가 그 정점을 지나 퇴조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렇다. 민주주의의 퇴조를 초래하는 것으로는 규제를 거부하고, 이를 위해 정치세력에 대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로비하는 거대 기업, 통제를 받고 싶어하지 않고 대중의 정치적 이해를 조작하는 방법을 배운 정치세력들을 들고 있다. 민주주의가 퇴조되면 정치와 사회 혹은 시민 사이의 거리는 점차 멀어지고, 민주주의가 선거제도라는 절차적 제도와 동일하게 될 정도로 위축된다. 따라서 ‘적극적 시민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며, 실제로 참여할 경로와 방법도 불분명한 상황이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어서 ‘포스트 민주주의’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포스트 민주주의하에서는 정당 역시 포스트 민주주의적으로 바뀐다. 포스트 민주주의적 정당은 유권자들이 아예 관심을 잃거나 아무런 정치자금도 기부하지 않는 사태를 두려워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통제하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당원 확대를 위해 마케팅은 하지만 당원이 되었을 때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포스트 민주주의가 만연하여 정치와 사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정치세력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부패가 만연하고 서민과 동떨어진 정책들만 생성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과를 얻는 데 흥미를 잃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가 바닥을 칠 때까지 더욱더 강화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서구와 같이 ‘포스트’ 민주주의를 걱정해야 할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적 정권이 들어서고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시점에 <포스트 민주주의>에서 크라우치가 지적했던 민주주의 퇴조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정치와 사회가 괴리되어 가는 현상을 타개하고 다시 민주주의가 확장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마 전 국내 언론에 의해 소개된 ‘아호라 마드리드’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풀뿌리 모임과 온라인 기반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느슨하게 결합한 ‘아호라 마드리드’가 만들어졌다. 2011년 5월15일 있었던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페인 젊은이들이 ‘진짜 민주주의를 돌려달라’는 구호를 들고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이날부터 확산된 운동을 사람들은 5월(May)15일을 뜻하는 ‘15M 운동’이라 불렀다.

15M 운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강제퇴거를 막거나, 공교육에 대한 지출 삭감을 반대하고,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운동 등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런 운동에 정치권은 철저히 무관심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시민운동이 정당과 연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아호라 마드리드’는 인터넷에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 플랫폼을 활용해 선거 후보자와 주장할 정책을 결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러한 실험은 큰 반향을 일으켜 지방선거에서 시장을 배출하고, 57석의 시의원 중 20석을 차지했다. 이후 ‘아호라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정부는 시민참여 웹사이트 ‘마드리드 디사이드’(decide.madrid.es)를 열어 16살 이상의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정책을 제안하고, 시장 등에게 질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도 이런 정치를 해봤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그 방법을 분명하게 밝혀주었으면 한다. 당장 안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단초들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민주주의가 확장되고 정치와 시민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은 부패를 막고, 서민들도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