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보호’ 정부부처 업무 통폐합하라

2016.01.21 20:35 입력 2016.01.21 20:48 수정
정재훈 |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

우리 사회에서 결코 낯설지 않은 문제가 또다시 등장했다. 아동학대다. 문제 해결 방법을 놓고 논쟁이 오가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없었던 듯 잊혀질 것이다. 왜 이렇게 애석한 단언을 하는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런데 우리에게 구슬은 많아지는데 꿰맴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구슬은 문제해결 주체, 관련 법, 사업 및 프로그램, 인력 등이다. 꿰맴은 정책 방향과 추진 체계이다.

[시론]‘아동 보호’ 정부부처 업무 통폐합하라

정부 차원 해결 주체에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등이 있다. 복지부 산하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주민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복지센터, 학대피해아동쉼터, 정신건강센터, 각종 상담소 등도 있다. 법으로 아동복지법이 있다. 2014년부터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시행 중이다. 매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간하고 있다. 따라서 실태나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동학대 규모에 비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지만, 전국에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56개가 분포돼 아동학대 조사부터 피해자 보호 및 서비스 제공까지 각종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해바라기아동센터 등은 지역사회의 의료·법률 지원 기관과 활발한 협업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더 늘어나고 병원·학교·유치원 등 관련 기관의 아동학대 신고 및 예방 관련 의무도 더 확대될 것이다. 각종 쉼터나 그룹홈, 가정위탁지원센터도 늘어나고 또한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방향성을 상실한 조직의 확대, 예산의 증가이다. 관련 전문가 및 지역 현장에서는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 대책, 중앙부처의 지침 강화를 통한 사업 평가 및 비교보다 전문가가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을 요구하지만 지금까지 마이동풍, 그 자체이다.

아동학대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하자 시행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말 그대로 처벌 위주 법이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성매매피해 관련 법률을 보더라도 처벌법과 보호법이 나란히 존재한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처벌법만 있을 뿐 보호법 중심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홈페이지(http://www.korea1391.org)에 들어가서 보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일어납니다. 그리고 학대는 계속 대물림됩니다”라는 표어와 함께 무시무시하고 기분 나쁘게 생긴 조부 세대와 부모 세대의 얼굴이 나온다. “나쁜 부모가 때린 자녀가 또 나쁜 부모가 되어 그 자녀를 때린다”는 전형적인 ‘나쁜 부모 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 나쁜 부모이기 때문에 처벌밖에 방법이 없다는 논리를 특례법은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면 그 부모를 나쁘게 만든 ‘나쁜 사회’ ‘나쁜 이웃’ ‘나쁜 국가’는 손놓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물론 나쁜 부모의 문제를 소홀히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속죄양 찾기식 단기적 대응으로는 나쁜 부모를 만들어내는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없다. 나쁜 부모를 만드는 사회구조가 아동학대를 만들어내고, 없어져야 할 문제이다.

언제까지 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여가부 등으로 흩어져 있는 추진체계를 방치할 것인가? 중앙부처 간 공조체제가 이미 구멍이 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이번에 또 드러났다. 이 문제를 놔둔 채 또다시 각 부처의 업무 지침을 세분화하고 예산을 확대한다면 이미 생긴 구멍만 더 커지지 않을까?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으로 사회서비스 확대를 추구하는 복지정책의 큰 그림을 한국사회는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큰그림만 그려놓고 그에 걸맞은 추진체계는 기존 부처 간 이해관계에 얽매여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 기존 부처들 사회서비스 관련 업무를 통폐합해 가칭 ‘사회서비스부 혹은 사회보장부’를 만들어 아동학대뿐 아니라 사회서비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처 신설이라는 추진체계의 대전환을 고려해 볼 때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