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 기로에 선 EU

EU “영국, 빨리 나가라” 메르켈 “지독하게 굴 필요는 없다”

2016.06.26 16:50 입력 2016.06.26 23:41 수정

“조속” “신중” 의견 엇갈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을 만났다. 케리 장관은 27일 벨기에 브뤼셀과 영국 런던을 방문해 브렉시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로마 |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을 만났다. 케리 장관은 27일 벨기에 브뤼셀과 영국 런던을 방문해 브렉시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로마 | AFP연합뉴스

“영국에 특별히 지독하게 굴 필요는 없다.”

역시 ‘무터(엄마)’였다. 평소 신중하고 포용력 있는 태도를 보여 독일어로 ‘엄마’를 뜻하는 애칭이 붙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만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BBC 등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오래 걸리면 안되겠지만 굳이 단기 프레임을 위해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객관적이며 우호적인 협상 분위기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영국이 없어도 EU는 견딜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날 회동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외교장관들은 한목소리로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지체 없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을 주도했던 이들 6개국은 교역을 통해 분쟁을 막고 유럽을 통합한다는 정신을 환기시키며 EU를 더 공고히 할 방안을 논의했다.

EU 집행부도 영국에 빨리 EU를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 이어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영국이 정치 싸움에 유럽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조속히 떠나달라”고 말했다. 영국은 협상을 천천히 진행해 자국의 충격을 최소화하려 하겠지만 그사이 EU 전체의 혼란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영국에 이어 EU를 떠나려는 움직임이 각국에서 일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헝가리에서 제2의 브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독일 재무부의 보고서가 EU 6개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논의됐다. 가장 먼저 EU 탈퇴 국민투표 논의에 나선 곳은 슬로바키아다. 극우정당인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슬렉시트(슬로바키아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운동을 다음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의 포퓰리즘 정당들도 EU 탈퇴 투표를 주장했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EU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는 유로존을 강화해야 할 뿐 아니라 치안, 국방, 국경 단속, 일자리 창출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EU를 좀 더 공정하고, 인간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U 개혁은 재정 정책과 국경 통제 등에서 개별 국가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하고 지시하는 EU’가 아니라 ‘유연한 EU’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반EU 정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독일 등 북부 유럽 선진국들이 빚더미에 오른 남부 유럽을 구제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동등한 파트너가 돼야 할 유로존 내에서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가 생기면서 각국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국경 통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난민들을 회원국들에 할당하는 ‘난민 쿼터제’가 불만의 시발점이다. 지난해 메르켈이 난민들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융커가 쿼터제를 주도한 뒤 남·동 유럽국들은 반발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겼다는 반감이 겹치면서 ‘국경’은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메르켈과 올랑드, 렌치는 26일 도날드 투스크 EU 의장과 베를린에서 만나 ‘독일·프랑스 이니셔티브’(계획)를 논의한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 고위 관계자들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향후 절차를 논의한다. 유럽의회도 임시회를 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브뤼셀과 런던을 방문해 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다. 26일 이탈리아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외교장관과 회동한 케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려 깊게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며 “EU 경제와 안보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8∼29일 EU 정상회의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참석해 브렉시트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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