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의 ‘모순’

노무현 땐 ‘피의사실 중계’하더니…이번엔 “감찰 유출” 역공

2016.08.19 22:09 입력 2016.08.19 22:25 수정

비선 농단 파문 때도 ‘정윤회 문건 유출’로 위기 넘겨 대통령 신임

민정수석직을 발판 삼아 권력기관 요직에 자기 사람 심어 영향력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2일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2일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49)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쟁점사안 초점 뒤집기, 정보 흘리기 등 무리수를 저지르며 박근혜 대통령을 옹위하고 위기를 돌파해 신임을 얻었던 우 수석이 자신의 위기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가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논란을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결국 자신에 대한 논란을 가리려는 우 수석 특유의 국면 전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기에 곡예하듯 무리수를 두는 ‘우병우식 생존법’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주임검사로 전직 대통령 피의사실을 실시간 중계하듯 언론에 유출했던 그가 이제 와서 특별감찰관의 비밀 누설을 문제 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 수석이 관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국면 전환의 대표적 사례는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을 때다. 당시 세계일보는 정윤회씨 등 박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해 12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초점을 돌렸고, 검찰은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조응천 전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기소했다.

이러한 물타기를 기획하고, 이 같은 수사 방향에 부정적이었던 검찰이 청와대 뜻에 따르도록 독촉했던 사람이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수석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대통령 신임을 얻은 우 수석이 청와대 입성 10개월 만인 지난해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는 것이 여권 내 정설처럼 통한다.

그러다보니 청와대가 이날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논란을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문제 삼은 것도 우 수석이 과거 경험을 되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윤회 문건 논란의 초점을 문건 유출로 흐렸듯 우병우 논란을 특별감찰관의 유출 논란으로 뒤집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썼던 ‘국기문란 행위’라는 말은 이날 청와대 입장발표에도 똑같이 반복됐다.

그러나 우 수석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때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 주임검사를 맡았던 우 수석은 백브리핑 형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에 대한 피의사실을 언론에 실시간 중계하듯 알려 피의사실 과잉공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우병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할 때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니 뭐니 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해 망신을 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인물 아니냐”며 “이 감찰관이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흘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잡아 공격하는 것을 보면 빅브러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우병우 입장에서 최후의 카드를 낸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우 수석의 또 다른 힘은 ‘우병우 사단’에서 나온다. 우 수석이 민정수석직을 발판 삼아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등 핵심 권력기관의 요직에 자신의 사람을 심어놓음으로써, ‘우병우 대체재’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영역과 힘을 구축한 것이다.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대표적 인물로, 국정원 내에서도 우병우 사람인 그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사정기관에 우병우 직통라인이 박혀 있어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우 수석이 물러나면 불가능해진다. 청와대가 그래서 우 수석을 내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감싸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소명의 시간까지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우 수석을 두둔했다.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라는 과거 에세이까지 인용, 우 수석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