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의 ‘모순’

위기마다 등장하는 청와대의 ‘물타기’

2016.08.19 22:10 입력 2016.08.19 22:25 수정

국정원 댓글은 ‘감금 사건’으로, 세월호특조위는 ‘세금 도둑’으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19일 춘추관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논란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19일 춘추관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논란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국기(國紀) 문란’으로 규정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지자, 감찰 내용 유출이라는 곁가지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본말을 전도하는 식으로 물타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런 대응법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활용해온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물타기 대응은 박근혜 정부 첫 위기였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부터 등장했다. 2013년 6월14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끌던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열흘 뒤 남재준 국정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다. 국면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으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해 9월엔 채 총장 ‘혼외 아들’ 문제가 한 언론에 의해 폭로됐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아동의 인적사항 열람에 개입한 것이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채 총장을 찍어내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청와대와 관계없는 일탈행위”라며 ‘개인 일탈’ 논리를 꺼내들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물타기 대응은 2012년 12월 대선 직전 이미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국정원 댓글 의혹 주장을 ‘국정원 직원 감금 사건’으로 맞받았다. 박근혜 후보는 “한 여성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것”이라고 역공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들을 감금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4년 11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때도 유사한 대응이 반복됐다. 청와대는 사건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사심’에서 문건을 조작·유출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조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7인회’가 배후라는 얘기까지 했다. 사건을 문건 유출로 한정함으로써 비선 국정개입과 권력암투 등 본질적인 의혹들은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은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에서도 물타기 전략을 썼다. 2014년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선 보상 문제를 부각시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우선 요구해온 유가족들을 고립시켰다. ‘외부 불순세력 개입’ 등 색깔론을 덧씌우기도 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선 ‘세금 도둑’으로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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