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기습 배치

동북아 정세 격랑으로 몰아넣는 ‘권한대행의 월권’

2017.03.07 22:22 입력 2017.03.07 23:44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안보·외교적 중대 현안 탄핵 선고 앞두고 ‘전격’…‘대선 이슈 활용’ 분석도

황 “자위권 조치” 강변

<b>시민단체 “사드 장비 즉각 철거” 촉구</b>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사드 장비 반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장비의 즉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사드 장비 즉각 철거” 촉구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사드 장비 반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장비의 즉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미사일 발사대 일부가 지난 6일 한국에 들어온 것은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전에 알리지 않고, 부지 마련과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못 박기’에 나선 것이다. 권력 공백기에 상황 관리에 집중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반도 정세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을 현안을 강행하는 것을 두고 권한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 시작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미군이 지난 6일 사드 발사대 2기를 한국에 전개했지만 이는 사드 배치와는 별개의 문제다. 사드 배치는 우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공여 절차에 따라 미측은 사드 부지 공여를 위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미군의 사드기지 설계안이 국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 부지인 성주골프장은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가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해 공사가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장비부터 들여온 셈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 절차와 사드 장비 전개가 별개로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치 절차가 걸림돌 없이 진행되고 환경영향평가도 사실상 통과된다는 전제로 사드 장비가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한·미 군당국이 속도전식으로 사드 배치에 돌입한 것은 사드 못박기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에 시작해 새 정부 출범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사드 도입 문제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불거진 무렵이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 한·미 국방장관회의가 끝난 뒤 ‘빠르면 6~7월 사드 배치 가속화’라는 말이 나오고, 이제는 ‘이르면 4월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사드 기습 배치]동북아 정세 격랑으로 몰아넣는 ‘권한대행의 월권’ 이미지 크게 보기

지난달 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회담을 했을 때 대선 전 배치를 깊이 논의했다는 말도 나왔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입장이어서 조기대선 이전에 완료해야 한다는 다급함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외교·안보적 중대 사안인 사드 문제를 철저히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 정치권과 대선주자들의 문제제기에도 귀를 막았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격렬하게 반발하는 등 동북아 정세가 소용돌이치는 상황이 예견되고, 이는 차기 정부에 커다란 짐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대책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도 정당성이 있느냐는 지적에 맞닥뜨리고 있다. 과도정부의 월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황 권한대행 측은 “사드 배치는 당연한 자위권적 조치”라고만 밝히고 있다.

미측 입장에서는 새 정부 출범 전에 사드 배치를 불가역 상태로 하는 것이 불리할 게 없다는 점에서 환영할 사안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미국 국방장관과 태평양사령부의 적시적인 사드 전개는 주한미군이 증원 전력이나 최신 전력을 요청할 때 지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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