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 향후 거취

헌재 결정 승복 의사 안 밝힌 박근혜, 청와대도 안 떠나

2017.03.10 22:03 입력 2017.03.10 22:40 수정

TV로 선고 지켜보다 ‘인용’ 언급되자 참모에 전화해 사실 확인

‘물러날 만한 죄 없다’ 확신한 듯 삼성동 사저 점검 조차 안 해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2층에서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창밖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2층에서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창밖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관저를 비워주지도,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지도 않았다.

헌재 결정 뒤인 이날 오후 2시쯤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면담했던 청와대의 한 참모는 “삼성동 사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오늘은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며, 오늘 중으로 더 이상 내놓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탄핵 결정 후 극심해질 기미를 보이는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청와대를 떠날지도 알 수 없다. 경호실 관계자는 “삼성동 사저 내부에 경호시설을 갖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호 차원에서 보자면 이르면 12일쯤 대통령 입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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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뀐 그 순간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헌재가 자신을 구해줄 것으로 믿었던 것 같다. 민심에 담장을 쌓고 지낸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석 달간의 ‘청와대 유폐 생활’ 동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TV로 헌재의 선고를 지켜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8 대 0 전원일치 탄핵 인용’ 언급에 일부 참모에게 전화해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정국 막판에 15~18%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된 탄핵 반대 여론을 활용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리라는 소망은 지난 3개월 내내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탄핵 인용 시 대응 방안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차원에서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에 대비해 검토는 했지만 박 전 대통령 본인은 “물러날 만한 죄가 없다”고 확신했다. 이 상황에서 참모들은 파면 이후 대책을 대통령과 상의하는 것조차 불경죄에 가깝다고 여겼다.

총무비서관실은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인상을 줄까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 시설을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늦게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시설을 둘러본 뒤 당장 머물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동 사저는 박 전 대통령이 1990년부터 청와대 입성 전까지 23년간 거주한 곳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자고 하시는데 어떻게 (인용 이후를 논의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헌재의 선고 직전까지도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자진사퇴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청와대 주변은 삼엄한 경계 속에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다만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은 과도한 경비를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 등을 제외하고 청와대 앞길을 통한 관광객과 시민들의 보행은 평소대로 이뤄졌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에 남아 있는 대통령기록물의 보호기간 지정 문제도 불거질 개연성이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지정한 기록물에 대해 15년 범위에서 열람을 제한하는 보호기간을 설정할 수 있고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은 30년 범위 내에서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부로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국가기록원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지정 권한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보여온 수사방해 행태를 볼 때 대통령기록물과 청와대 비서실의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그 누구라도 국정농단 관련 증거 은폐 또는 훼손을 시도한다면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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