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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종편 요건 ‘최소 자본금’ 편법 충당

2019.08.26 06:00 입력 2019.08.26 06:02 수정

금융당국, 전·현 경영진 해임 권고안·검찰 고발 검토

600여억 차명 대출 받아 ‘3000억 요건’ 채운 정황

직원 명의 주식 청약계좌에 입금…회계 조작 조사

종합편성채널 매일경제방송(MBN)이 2011년 12월 출범 당시 은행에서 600여억원을 차명으로 대출받아 최소 자본금 요건 3000억원을 채운 정황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MBN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안과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오는 29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 MBN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안건을 보고하고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 및 검찰 고발을 건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MBN은 종편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한 최소 자본금 3000억원을 채우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던 중 주주 구성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에 2011년 4월 우리은행에서 600여억원을 대출받은 후 회사 직원과 계열사 20여곳 명의로 회사 법인계좌에서 주식 청약계좌로 자금을 입금했다. 약 20여곳의 명의를 차명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인이 은행 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인데 이를 부채나 대여금 계정이 아닌 정기예금으로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MBN은 이듬해인 2012년 11월 우리은행 대출금을 갚으면서 직원 및 계열사가 전년도에 회삿돈을 빌려 샀던 주식 매입금을 갚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민 의혹도 제기된다. 자기주식을 직원에게 처분한 셈인데 이를 재무제표에 고의로 기록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MBN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감리위에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안 및 검찰 고발 의견을 낼 예정이다. 안건은 감리위에서 의결되면 증선위와 금융위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다만 당시 MBN의 신주 발행이 무효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신주 발행의 무효는 주주·이사 또는 감사에 한해 신주를 발행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소를 제기해야 가능하다. 우리은행이나 종편 승인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MBN의 차명대출 사실을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감리위는 MBN의 옛 회계 조작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향후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전·현직 관계자에 대해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늑장 조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금감원이 최흥식 원장(재임기간 2017년 9월~2018년 3월) 시절 MBN의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하고도 감리위 회부를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이다. 올 초에도 금감원이 MBN에 대한 제재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금감원과 MBN 모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금감원 조사에 앞서 국세청이 이미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세청이 2012년 MBN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하면서 차명 대출 정황을 확인한 후 MBN 측에 ‘직원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회사 주식을 산 것으로 처리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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