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길에 홀로 구조된 7세 남아 “엄마, 어디 갔어요?”

2014.04.18 21:34 입력 2014.04.18 23:48 수정
안산 | 천영준 기자

부모·형은 실종… 친척들 “아이가 알게 될까봐 TV도 못 봐”

일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떠나던 중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막내인 남자아이만 구조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 부천 원일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조모군(7)은 잔뜩 들떠 있었다. 부모, 형(11·원일초 5)과 함께 꿈에 그리던 제주도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이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아버지 조충환씨의 제주도 출장이 잡히면서다. 가족이 다 같이 바람이나 쐴 겸 동행하게 된 것이다.

신이 난 조군은 이날 배에서 아침을 먹은 뒤 가족이 있는 3층 선실에서 나와 다른 층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왼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놀란 부모는 아이들부터 찾았으나 막내 조군이 보이지 않았다. 부모는 아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배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선실에 혼자 남은 조군의 형은 외할머니에게 전화해 “배가 기울고 있으니 기도해달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가족이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사이 배는 급속히 기울었고 잠시 후 침몰하고 말았다.

조군은 한 남성의 도움으로 여객선에서 탈출해 무사히 구조됐다. 하지만 부모와 형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조군의 외삼촌 지성진씨(46)는 서울 마포구 집으로 조군을 데려왔다. 지씨는 “어머니와 나도 너무 슬프지만 어린 조카 때문에 슬픈 티를 낼 수가 없다”며 “아이가 사고 사실을 알게 될까봐 TV 뉴스도 못 본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그는 “조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며 “조카가 ‘엄마 어디 갔느냐, 언제 오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흐느꼈다.

조군 형제가 다니는 원일초도 침통한 분위기다. 송경미 교감은 “평소 밝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이들 형제가 이런 사고를 당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조군은 외삼촌 집에 거주하면서 18일부터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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